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떠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UPI 연합뉴스
미국이 북-러 정상회담 직후인 14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를 도왔다는 이유로 러시아 안팎의 개인과 기관 등에 대해 150여건의 무더기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전쟁이 지속되도록 지원하고 그것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대상들을 제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들은 미국 내 자산이 있다면 동결되고 미국 여행이 불허된다.
이번 추가 제재 대상에는 크렘린 인사들과 가까운 러시아인들과 러시아 정보기관 인사, 러시아군의 전쟁 수행을 돕는 러시아 기업들, 미국 기술이 들어간 물품의 대러 수출 금지를 위반한 제3국 기업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의 드론 제작에 쓰는 부품, 역시 금수 품목인 전자제품 부품 등을 공급한 기업 등이 제재를 받는다. 제재 대상 러시아 선박을 수리해줬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는 곳도 있다.
북한이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에 탄약을 전달하는 데 간여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인 파벨 파블로비치 셰블린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은 7·8월에도 바그너 그룹에 북한의 로켓과 미사일이 공급되는 데 간여했다며 북·러의 개인, 러시아 및 제3국 기업들을 제재했다.
추가 제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3일 정상회담을 통해 본격적인 무기 거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단행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북한의 탄약을 러시아로 옮기는 데 간여한 바그너 그룹 관련 인사”도 제재 대상이 됐다며, 북-러 무기 거래 가능성에 대해 다시 경고했다. 하지만 북·러 모두 이미 광범위하게 제재를 받는 데다, 미국 내 자산 동결 같은 내용이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북·러의 개인이나 기업은 거의 없어 제재의 효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왔다는 이유로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 기업 5곳도 제재 대상에 오른 게 미-튀르키예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던 튀르키예는 지난 7월에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의회 비준이 필요하다. 이번 제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다시 걸림돌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예측에 대해 대해 미국 국무부는 그럴 가능성은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러의 연합훈련 가능성 시사를 한-미 연합훈련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냐는 질문에 “그것은 미국의 한국이나 일본과의 훈련, 또는 한-미-일 훈련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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