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워싱턴/AFP 연합뉴스
백악관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에서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도 공격 자체에 대해서는 “우리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또다시 두둔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10월7일에 야만적인 공격을 받은 주권국”이라며 “그들은 이런 공격을 자행한 테러 집단을 추적할 모든 권리와 의무를 지녔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과 같은 입장이라면) 우리도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며,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라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지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무기 지원 방침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은 “시가전에서 얻은 교훈과 관점”을 이스라엘과 공유하겠다며,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조언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다만 “무엇을 타격할지 표적은 이스라엘군이 정한다”고 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다시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에 가능한 한 신중하라고 계속 얘기할 것”이라며 “우리는 무고한 민간인이 죽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이런 종류의 전투에서는 민간인을 중심에 둬야 한다”며 “민간인을 적의 품에 안기게 하면 전술적 승리는 전략적 패배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난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것은 도덕적 책무이고 전략적으로도 긴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했다.
미국 쪽의 이런 입장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주장하면서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대한 지원 의지 또한 강조하는 모순적 태도가 지속됨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스라엘에 무조건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상원의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오스틴 장관의 ‘전략적 패배’ 발언을 비판하면서 “전략적 패배가 팔레스타인인들을 격앙시킨다고? 그들은 이미 격앙돼 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유대인들을 증오하고 죽이라는 가르침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발언으로 오스틴 장관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버렸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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