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아이오와주 코럴빌에서 유세하고 있다. 코럴빌/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대신 핵 능력을 동결하고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김정은과는 잘 지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폴리티코는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핵을 용인하면서 핵폭탄을 더 만들지는 않는 대가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그의 구상에 대해 설명을 들은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설득하는 것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성과 없는 협상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합의를 원한다는 것을 안다”며, 그는 북한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의욕이 강하다고 했다. 소식통들은 북한이 핵 능력 동결에 합의하더라도 약속을 지키는지 검증하는 체제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접근 방식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전혀 대화하지 못하는 가운데 제기되는 ‘핵군축론’과 비슷하다. 핵군축론은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태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만 고집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리처드 하스 전 미국외교협회 회장은 “계속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동시에 미국·한국·일본은 제재를 축소하는 대신 핵·미사일 시스템을 제한하는 군축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역대 미국 행정부들이 완전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고수한 데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놔두면 국제적 비확산 체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배경에 있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식량 원조 등을 대가로 북한의 핵개발을 잠정적으로라도 중단시키기 위해 과도기적 해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해 핵 능력 동결을 전제로 제재 완화를 추진한다면 그 궁극적 목표와 방향이 무엇이냐에 따라 한국 등 당사국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 추구 과정에서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매체에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중단기적으로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이루지 못하는 대신 핵개발을 동결한다는 제안은 보다 현실적인 접근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는 한국이 안보 불안을 이유로 핵무장을 추구할 수 있다는 위험이 따른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보도에 대해 “민주당 첩보원들이 오도하고 혼란을 일으키려고 지어낸 얘기이고 허위 정보다”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그는 “이 얘기에서 정확한 것은 내가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것뿐”이라며 재집권하면 김 위원장과 다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기 임기 때는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했지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를 재개했다며 김 위원장과의 세 차례 만남을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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