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음모설’을 다룬 ‘루스 체인지’ 동영상 화면.
유명 교수들 ‘9·11 테러 진상 규명을 위한 학자들’ 결성
인터넷, 자비 출판 논문 등 저서 통해 음모론 모락모락
인터넷, 자비 출판 논문 등 저서 통해 음모론 모락모락
9.11 테러가 발생한 지 5년이 돼 가는데도 불구하고 진상이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음모론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음모론자들은 지금도 인터넷이나 자비 출판 논문과 저서를 통해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다. 최근에는 시카고에서 500명의 회원들이 회합을 가졌을 정도다.
유명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학자들이 가세하고 있는 것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9.11 테러 진상 규명을 위한 학자들'이라는 조직이 단적인 사례.
미국 정부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폭파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케빈 배럿, 납치된 여객기의 충돌이 아니라 내부에 장치된 폭발물 때문에 건물이 붕괴했다고 보는 스티븐 존스나 주디 우드 등은 음모론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는 학자들이다.
이들은 결코 삼류 학자들이 아니다. 배럿은 위스콘신 대학에서 이슬람 강의를 맡을 예정이고 존스는 브리검 영 대학 물리학과의 정교수다. 우드는 최근까지 클렘슨 대학의 기계공학 조교수를 지냈다.
'9.11 테러 진상 규명을 위한 학자들'은 배럿 등의 가세로 회원 수가 75명 정도로 늘어났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미국 전역의 교수가 100만 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극소수다.
게다가 일부 회원은 대학에 적을 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프린스턴이나 스탠퍼드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들, 라이스, 인디애나, 텍사스 대학에서 봉직하는 회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직의 공동 창설멤버인 제임스 페처는 납치범의 일부가 아직도 생존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국가 기구인 '9.11 위원회'와 국립표준기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불신한다.
'9.11 위원회'는 1천200회의 인터뷰를 거쳐 납치법들이 여객기를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쌍둥이 건물에 돌진시켰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원은 1만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여객기의 충돌로 인한 화재는 건물을 붕괴시킬 만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음모론을 신봉하는 학자들은 그러나 자체 웹사이트에서 문제의 건물은 내부에 설치된 폭발물에 의해 붕괴한 것이 거의 틀림없으며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건을 방조한 것은 물론 이를 조작했을지 모른다는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주류 학자들은 음모론자들과의 토론은 가급적 기피하고 있다. 이들을 상대한다면 괜스레 신뢰성을 부여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음모론자들의 학문적 배경이 이런 신뢰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음모론의 허점을 공격하는 논문을 몇 차례 발표했던 F. R 그리닝은 음모론자들의 주장이 과학이지만 정치적 동기가 있기 때문에 진정한 과학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미국 대학교수협회의 로저 바우언 사무국장은 음모론자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맡는데 대해 "학문의 자유에는 학문적 책임이 수반된다"면서 "책임이란 진리를 가르칠 것을 요구하며 진리에는 음모론 혹은 지구는 평평하다거나 유대인 학살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리닝과 같은 비판론자들은 음모론자들이 증거라고 내세우는 주장들은 과학의 언어와 형식이라는 옷을 입은 사이비 과학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케빈 배럿이 대학 강의를 맡는데 대해서는 위스콘신주의 의원 60여 명이 이미 반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공화당 소속의 스티븐 내스 위원은 논란의 초점은 "비 대중적인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질에 관련된 문제"라면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료에 합당한 교육을 받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드의 경우는 지난해 클렘슨 대학에서 정교수직을 얻지 못했다. 우드는 대부분의 교수 임용 계약은 정부 발주 연구용역과 관계가 있다면서 음모론을 주장한 것이 부분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드는 "나는 진실이 더욱 중요하다는 선택을 했을 뿐"이라면서 우리가 비판적 사고를 고취해야 할 학자라면 어찌 모두가 믿는다고 해서 이것으로 믿으라고 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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