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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기 펴는 라이스, 기 죽은 체니

등록 2006-11-10 19:37수정 2006-11-10 19:41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현실주의’ 힘얻고 ‘네오콘 대부’는 위축
일각선 “부시 생각바꿨는지 두고봐야”
중간선거 이틀 뒤인 9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차기 하원의장이 확실한 민주당의 낸시 펠로니 하원 원내대표, 스티니 호이어 하원 원내부대표를 백악관으로 불러 점심을 같이 했다.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우리 셋은 승자가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할 책임이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부시가 언급한 ‘셋’에는 체니 부통령이 빠져 있었다.

이 장면은 ‘힘의 일방 외교’를 주도해온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부 딕 체니 부통령이 럼스펠드 국방장관 축출 이후 고립에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반면, 럼스펠드의 퇴진은 현실주의 외교정책을 추구해온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입지를 넓혀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버지 부시 시절 같은 소련 전문가로서 백악관에서 호흡을 맞춘 로버트 게이츠의 국방장관 지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란 핵에 군사적 해법을 주장해온 체니 부통령과 달리, 게이츠 지명자는 2년 전 외교관계위원회 보고서에서 이란과의 직접 대화를 촉구한 협상론자다.

딕 체니 부통령
딕 체니 부통령
아버지 부시의 대외정책 참모였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의 역할론도 체니 노선의 위축을 짐작케한다. 백악관 관리들은 게이츠 국방장관 지명자가 그의 ‘멘토’(후견인)인 스코크로프트 전 보좌관을 국방장관의 비공식 고문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스코크로프트는 이라크전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인물이다.

대표적인 현실주의 외교노선 지지자이면서, ‘이라크 스터디 그룹’에 속한 베이커 역시 이라크전 해법 등에서 부시 행정부와 민주당의 중재 구실을 할 것으로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예상했다. 스코크로프트와 베이커는 ‘불량국가’ 북한·이란 등과의 협상을 거부하는 체니와 달리,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오직 국익만 있다’는 보수 외교노선을 신봉한다.

차기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의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민주당의 승리는) 네오콘에 조종을 울리는 것”이라면서 “라이스 장관은 체니나 럼스펠드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에, 일반 예상보다 훨씬 더 개방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체니에 힘을 실어준 부시 대통령이 생각이 쉽게 바뀔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이다. 네오콘 이론가인 윌리엄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다드> 편집장은 “게이츠 임명은 대통령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신선한 인물을 영입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면서 “부시는 9·11 이전 외교정책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 대표는 “아놀드 슈워제너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재선을 위해 민주당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지만, 부시에게는 그럴 만한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

부시가 9일 공화당조차 반대했던 중량급 네오콘인 존 볼턴 유엔대사의 인준을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공화당 의회에 요청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민주당의 고위 외교정책 당료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체니 부통령을 빗대 “위험한 동물을 구석에 몬다고 해서, 덜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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