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향군인의 날인 11일 이라크 바그다드 인근 사담 후세인의 한 궁전에서 열린 미국 시민 귀화식에서 33개국 출신 75명의 미군들이 미국 시민권을 갖기에 앞서 이라크전 희생 장병들을 추모하고 있다. 미국 영주권자들이 시민권을 획득하는데 통상 5년이 걸리지만, 미군에 입대한 이들은 1년여밖에 걸리지 않아, 최근 미군 입대를 통한 시민권 획득이 늘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
초당파적 연구모임 중간선거 이후 위상 급부상
부시 이들 제안 기다려…현실주의 복귀 가능성
부시 이들 제안 기다려…현실주의 복귀 가능성
‘이라크 연구그룹’이 중간 선거 뒤 미국 외교의 나침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간선거 패배로 힘을 잃고 있는 네오콘의 노선을 대체할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국가안보팀은 13일 이 그룹과 만난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14일 이 그룹과 화상회의를 연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경질 뒤 백악관은 그 첫 움직임으로 ‘이라크 연구그룹’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그룹은 의회 평화연구소 소속 특별위원회로, 지난 3월 출범한 뒤 이라크전 정책대안을 연구해왔다. 미 하원의원(공화) 프랭프 울프 주도로 만들어져, 아버지 부시 대통령 인맥의 공화당계와 클린턴 전 대통령 인맥의 민주당계가 참여하고 있다. 공동의장은 공화당 소속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민주당의 리 해밀턴 전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이 맡고 있다.
당장의 관심은 이 그룹이 대통령과 의회에 내놓을 이라크 정책 최종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중간선거 뒤 민주·공화 양당의 협력 분위기 속에서 ‘권고’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이 그룹이 중간선거 뒤 9·11 특별위원회와 같은 특별한 역할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현지 언론은 보고서가 이르면 12월 초에 완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정책 “변화의 기수”라고 부르는 로버트 게이츠 신임 국방장관도 이 그룹에서 활동해왔다. 게이츠 지명자는 그동안 차기 대선 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 일요판 <옵저버>에서 “이 그룹이 이라크 정치 및 치안 상황과 연계된 순차적 철군 또는 시리아 및 이란과의 협력강화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치적으로 수용 가능한 이라크 탈출전략을 찾아낼지 모른다”면서도 “그룹의 제안은 새롭지 않을 것이고, 이미 시도했거나 성공 가능성이 제한적인 것들”이라고 내다봤다.
이라크전 정책대안보다도 중요한 것은 네오콘 이후 미국의 외교노선이다. 이 그룹의 베이커 의장은 부시 정권 안에서 네오콘의 후견인 노릇을 하던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체니 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노선에 명시적인 반대 견해를 보여왔다. 이 그룹은 초당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사실 범공화당 진영의 전통 외교노선인 현실주의자들의 집합처다.
애초 부시와 행정부 쪽은 이 그룹에서 흘러나오는 이라크 정책대안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중간선거 뒤 이 그룹의 부상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현실주의로 복귀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블레어 총리는 14일 이 그룹과의 만남에서 이라크전 해결을 위해 시리아 및 이란과 대화에 나서도록 부시 대통령을 설득하라고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그룹이 이라크전뿐만 아니라 미국 대외정책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이라크 연구 그룹 회원 명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