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관련 미국 내 움직임
“당사국 해결할 문제” 종전 태도서 큰 변화
국제사회 ‘일 망언’ 반발 회피 어렵다 판단
국제사회 ‘일 망언’ 반발 회피 어렵다 판단
미국 정부가 26일(현지시각)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해온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 솔직하고 책임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두고 미 의회와 언론, 일부 관리가 일본 정부를 비판한 일은 있었다. 하지만 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런 견해를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일본이 저질러진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하는 솔직하고 책임있는 태도로 대처하는 것을 지켜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1993년 ‘고노 담화’대로 사과한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평가한다. 진일보한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이 문제는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무부의 정리된 입장을 밝히는 대변인의 이런 논평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아시아 당사국간에 해결할 문제”라며 거리를 두던 종전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범죄의 중대성’과 일본 정부의 ‘솔직하고 책임있는 대처’를 촉구한 점은 과거 미흡했던 사과에서조차 뒷걸음질치려는 일본의 모순된 태도가 미-일 동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 정부의 태도 표명은 다음달 말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첫 미국 방문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아베 총리로 하여금 이번 방미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매듭을 지으라는 촉구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번 태도 표명은 최근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과 토머스 시퍼 주일 미국대사의 위안부 관련 비판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이 이런 태도 변화는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고위 관리들이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사과 불가’를 주장하는 망언을 잇달아 쏟아내면서 미국 내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정부로서는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등 우방들이 이 문제를 정식 제기하는 상황을 피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하원 위안부 청문회에서 네덜란드 출신의 얀 오헤른(84) 할머니 증언 이후 이 문제를 심각한 인권유린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한인 동포단체들뿐 아니라 미국 내 인권단체들이 하원 결의안 통과를 위한 서명운동과 편지보내기 운동에 나섰다. 때문에 2001년부터 세 차례 부결됐던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이 이번에는 통과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비록 의회와 여론에 이끌려 뒤늦게 공식 견해를 표명했지만, 최대 맹방인 미국의 ‘훈수’는 과거사 문제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에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미국 정부가 비록 의회와 여론에 이끌려 뒤늦게 공식 견해를 표명했지만, 최대 맹방인 미국의 ‘훈수’는 과거사 문제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일본에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