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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총기소유 자유의 나라 미국, 제 가슴 쐈다

등록 2007-04-17 18:53수정 2007-04-17 19:53

<b>참담</b> 16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주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이 사건 현장인 노리스홀 부근의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해 울먹이고 있다. 블랙스버그/AP 연합
참담 16일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주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이 사건 현장인 노리스홀 부근의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해 울먹이고 있다. 블랙스버그/AP 연합
최악 총기난사에 충격
내년 대선쟁점화 전망
“교실은 피투성이로 변했다. 총격은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이어졌다!”

32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학원 총기난사 사건인 버지니아공과대학(버지니아텍) 총기난사에서 살아남은 트레이 퍼킨스(기계공학 2년)는 현장의 참혹함이 끝나지 않는 지옥이라고 묘사했다. 16일 아침(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평온한 아침을 깨뜨린 총격은 미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던 콜럼바인 고교의 총기난사사건 8주년을 닷새 앞둔 이날 애팔래치아산맥 자락 뉴리버강가에 자리잡은 조용한 대학도시 블랙스버그에 밤새 불어닥친 강풍과 눈발은 비극의 전조였던 셈이다. <시엔엔>(CNN)이 ‘버지니아텍 대학살’이라고 부른 이번 사건의 공포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첫 보도 때만 해도 흔히 일어나는 사건인 양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미국민들은 희생자 수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할말을 잃었다. 시민들은 “바그다드도 아닌 미국 한복판에서 어떻게 이런 참극이 터질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특별성명을 통해 희생자 가족과 대학에 애도를 표한 뒤 “신성하고 안전한 배움의 전당이 돼야 할 대학에서 끔찍한 범죄가 발생해 모든 미국의 교실과 시민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 사건을 “끔찍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의회도 회기 중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했다.

문제는 학원 총기사건이 끊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원 총기난사 사건은 지난 60년대 텍사스주립대학에서 일어난 뒤 90년대 들어서면서 2~3년에 한번씩 큰 규모로 반복되고 있다. 당장 지난해 10월에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우유 배달부가 학교에 침임해 여학생 14명을 사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버지니아공대만 해도 지난주에 폭탄 설치 경고가 있어 캠퍼스가 폐쇄됐다. 지난해 8월에도 탈옥수가 경비원을 살해하고 대학 구내로 도망쳐 보안요원을 사살했다.

한적한 시골에서 일어나던 총기폭력이 유명 대학까지 번짐으로써 총기단속 논란이 2008년 대선의 쟁점으로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총기폭력 예방운동의 폴 헬름키 회장은 “이런 살육이 벌어지고도 학교와 공동체에서 총기폭력을 중지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더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식적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공화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날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총기 휴대권에 찬성하는 뜻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던 지루한 논쟁이 이번에도 다시 미국인들을 갈라놓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 현장인 노리스홀 옆 강의실에서 공포에 떨었던 학생 티파니 오티는 “한동안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며 “특히 그 건물 근처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텍 학살’의 악몽은 미국인에게 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상수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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