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시사…오바마 ‘선거용 발언’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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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바이든 플랜’ 한반도 정책

자유무역 대신 ‘공정무역’ 강조…나프타도 수정 대상
북핵문제와 관련 “실질적 인센티브·압력 병행” 밝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설계도인 ‘오바마-바이든 플랜’은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과감한 직접 외교’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서는 ‘공정무역’이다.

먼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에 밝힌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여전히 유효함을 분명히했다. “우방국은 물론 적성국들과도 전제조건 없이 과감하고 직접적인(tough and direct) 외교정책을 추구해 나갈 것”이라는 말에서 이런 기조가 잘 드러난다. 직접외교에 ‘과감한’이란 수식어를 붙인 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핵 문제에만 얽매이지 않고, 포괄적, 적극적인 접근을 통해 북핵 위기를 정치적으로 풀어낼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를 직접 밝히진 않았지만,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경우 △세계무역기구 가입 △경제적 투자 △외교관계 수립 등을 인센티브로 예시했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포괄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편으론, 핵 테러정책 부분에서 “실질적 인센티브와 실질적 압력을 동반한 외교정책을 활용”할 뜻도 밝혔다. △핵과 관련해 국제규칙을 깨뜨린 국가들이 자동적으로 강력한 국제적 제재에 직면하도록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강화하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제도화하며 △2009년에 핵테러방지 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는 등의 구상도 들어 있다.

한국과의 직접적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는 좀더 공세적이다. ‘자유무역’이 아닌 ‘공정무역’을 강조하는 기존 공약을 좀 더 분명하게 강조했다. “우리 경제적 안보를 침해하는 협정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힌 부분은 한국 정부와 여당이 ‘우선 비준’을 서두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미래에 던지는 경고장으로도 읽힌다.

오바마 인수위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 △외국시장 확대 △노동·환경을 기준으로 이에 맞지 않는 자유무역협정에는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 15년 전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수정 대상이다. ‘공정무역을 위한 싸움’ 부분에서 이들은 “무역은 미국 경제를 강하게 만들고, 미국 내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며 “외국 시장을 확대하고, 무역협정을 통해 전세계에 훌륭한 무역, 환경 기준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진영이 지지하는, 민주당의 셰롯 브라운 상원의원 등이 지난 6월 발의한 무역개혁·책임·발전·고용 법안(TRADE법)도 기존 무역협정들을 전면 재검토·재협상 하고, 무역협정의 새 기준을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라며 오바마의 무역정책을 ‘선거용’으로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오바마-바이든 플랜’은 이 대통령의 이런 인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박민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