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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굶주린 배·타는 목·의약품 태부족…사람들이 미쳐간다

등록 2010-01-18 07:31수정 2010-01-18 07:31

아이티 주민들이 16일 트럭에 빽빽이 탄 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권태호 특파원 <A href="mailto:ho@hani.co.kr">ho@hani.co.kr</A>
아이티 주민들이 16일 트럭에 빽빽이 탄 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공항·도로 파괴돼 구호품 전달 ‘악전고투’
총리 “최소 10만명 사망”…꼬리문 탈출행렬
대지진은 아이티를 전쟁터로 바꿔놓았다. 살아남은 자들은 굶주린 배를 채우려 발버둥쳤다. 파괴된 공항과 도로를 통해 구호물품을 전달하기는 사투에 가깝다. 구조대는 한명이라도 더 살려내려 시간과 전쟁을 벌였다.

<에이피>(AP) 통신은 17일(현지시각)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거의 미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 헬리콥터가 생존자들이 모인 운동장에 구호물품을 떨어뜨리자, 며칠을 굶은 이들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일부 헬기는 생존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자, 안전사고를 우려해 미처 식량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서둘러 이륙했다. 배고픈 생존자들을 위해 유엔식량계획(WFP) 등은 고영양 비스킷을 나눠주고, 군용 1회용 비상식량 등도 배급하고 있다. 미국은 하루 60만명 분의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


굶주린 배만큼 다급한 것은 타들어 가는 목이다. 지진 뒤 상수도 공급시설이 파괴되고, 식수원이 주검으로 오염됐기 때문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식량과 물이 막 공급되기 시작했지만, 대혼란 상태로 모든 사람들이 배고파하고 물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식수원 오염에 따른 전염병 발생과 이에 따른 2차 피해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15일 오후 정수제가 뒤늦게 공급돼 하루 30만리터를 공급하게 됐다. 장막스 벨리브 아이티 총리는 “물과 식량, 대피처를 마련하는 데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족하기는 병원 시설과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포르토프랭스 시내 8개 병원이 파괴된 가운데, 긴급 응급시설이 문을 열었지만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기자는 필요 없다. 의사가 필요하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벨리브 총리는 사망자가 “최소 10만명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범미보건기구(PAHO)는 사망자가 5만~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주검을 가득 실은 트럭이 공동묘지로 쏟아지고 있다. 헤디 아나비 유엔안정화지원단장도 숨진 채 발견됐다. 한 생존자는 “거리는 죽음의 냄새가 넘쳐난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하지만 구호의 손길은 절박한 현장까지 닿지 못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공항은 관제탑이 일부 파괴된데다, 밀려드는 구호물품으로 대혼잡을 빚고 있다. 원조물품을 가득 실은 프랑스 항공기 2대가 착륙도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공항운영권을 임시로 넘겨받은 미국에 항의하는 상태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일부 구호물품은 도미니카공화국에 내려진 뒤, 육로로 이송하고 있다. 하지만 도로도 상당부분 파괴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지역별 상황 파악을 통한 효율적인 원조물품 배분이 되지 않고 있다. 혼선을 조정해야할 아이티 정부는 마비상태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은 “대단히 힘든 상황이다”며 “지금은 차분하게 조정하는 게 필요하고, 서로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원조국가 사이의 공조를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식량배급 등을 기다리지 못한 생존자들이 약탈에 나서고 있다. 돌과 칼, 망치 등을 가진 생존자들은 상점 등에 들어가 있는 대로 물품을 약탈하고 있다. 경찰이 공포탄을 쏴 약탈자들을 해산시키고 있지만, 굶주린 이들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 일부 생존자들은 먹을 것과 의약품 등을 찾아 포르토프랭스를 떠나면서, 다른 도시와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으로 긴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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