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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복잡한 미국 대선, 스윙 스윙 스윙~

등록 2012-10-12 20:09수정 2012-10-12 22:03

길윤형 국제부 국제뉴스팀 기자 <A href="mailto:charisma@hani.co.kr">charisma@hani.co.kr</A>
길윤형 국제부 국제뉴스팀 기자 charisma@hani.co.kr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이번주 친절한 기자인 국제부 길윤형입니다. 이번주 제가 여러분들께 말씀드릴 내용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기로 이름난 미국 대선 얘기입니다. 미국 대선이 복잡한 것은 ‘선거인단 제도’와 ‘승자독식주의’라는 매우 특이한 두 가지 제도 때문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특이한 제도인지 한국 대선과 비교해 가며 설명해 보지요.

우리나라 대선은 국민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을 뽑는 직접 선거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의 11·12대 대통령을 지내신 ‘29만원 할아버지’(전두환) 시절에는 장충체육관에 선거인단이 모여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유권자가 투표장에 가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합니다. 그 과정을 거쳐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됩니다. 프랑스처럼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때 1·2등을 모아 놓고 결선투표를 치르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어쨌든 국민의 직접 투표로 승부를 가른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은 흥미롭게도 직접선거가 아닌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습니다. 물론 오는 11월6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투표지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이름이 나오긴 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들이 뽑는 것은 후보 자신이 아니라 이 두 후보 중에 한명을 뽑겠다고 미리 약속한 선거인단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직접선거를 하면 될 텐데 왜 선거인단이라는 제도를 둔 것일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건국 초기 미국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을 때 미국은 13개의 서로 독립된 주가 뭉친 느슨한 형태의 연방이었습니다. 당연히 각 주를 통솔할 연방 대통령과 연방 의회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집니다. 주별 이해관계에 따라 갑론을박을 벌이던 미국의 건국 아버지들은 1787년에 하원은 인구 비례로, 상원은 각 주에서 2명씩 선출하는 ‘코네티컷 타협’을 이루게 됩니다. 이때 하원의원 산정을 위해 각 주의 인구를 조사했는데, 노예는 백인의 5분의 3으로 계산했다고 하네요.

가장 중요한 대통령은 어떻게 뽑을까요? 미안하지만, 미국을 만든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일을 대중들에게 맡길 순 없다고 생각하는 ‘꼰대’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각 주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의 수를 합친 만큼의 교양 있는 이들을 선거인단으로 뽑아 이들에게 투표권을 준 것이죠.

시간이 흐르며 한 주의 대표로 뽑힌 선거인단들은 자기 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표를 여러 후보에게 분산하기보다 한 후보에게 집중하는 게 좋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개별 주의 승자가 그 주에 속한 모든 선거인단의 표를 가져가는 ‘승자독식주의’ 전통으로 굳어집니다.

그러나 이 제도에는 선거 결과가 정확한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전체 투표자 수에서는 앞섰지만, 선거인단에서 져 낙선하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200년이 넘은 낡은 투표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선거인단 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미국 대선은 우리나라처럼 후보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마지막 한 표까지 챙기는 ‘밑바닥 선거’가 아니라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수인 270명을 선점하는 ‘숫자 싸움’이 됩니다. 후보자들은 당연히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주나 불리한 주보다 누가 이길지 모르는 모호한 주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입니다. 선거 때마다 승자가 바뀌는 이런 주들을 ‘스윙주’(swing state)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이 꼽힙니다.

미국 <허핑턴 포스트>의 최근 판세분석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가 현재까지 우위를 점한 주의 선거인단 수를 합치면 257명 대 206명인 것으로 나옵니다. 이렇게 보면 이미 게임이 끝난 것 같지만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수인 270명에는 아직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롬니 후보가 몇 개의 스윙주에서 승리를 거두면 결과가 단숨에 뒤바뀌는 것이죠. 그 때문에 롬니 후보는 이번 미국 대선의 승패를 가를 대표적인 스윙주인 오하이오주(선거인단 20명) 시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 올인하는 중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1월6일 선출된 538명의 선거인단은 12월17일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매우 형식적인 절차로 애초 자신이 뽑겠다는 후보를 뽑지 않은 선거인은 1948년 이후 단 9명밖에 없다고 합니다. 미국 선거, 이제 이해되시나요?

길윤형 국제부 국제뉴스팀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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