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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고마움 보답”…재미동포들 ‘혼다 의원 구하기’ 나서

등록 2014-01-21 19:37수정 2014-01-21 22:56

지난해 7월17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위안부 결의안 통과 6돌 기념행사’가 끝난 뒤,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클 혼다 하원의원(민주·왼쪽)이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한테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주고 있다.
지난해 7월17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위안부 결의안 통과 6돌 기념행사’가 끝난 뒤,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클 혼다 하원의원(민주·왼쪽)이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한테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주고 있다.
강한 도전자 만난 혼다, 8선 ‘빨간불’
일본계선 ‘표적 낙선운동’ 움직임

재미동포들 “이번엔 우리가 돕자”
미국 전역서 후원모금행사 열어
정치 참여 활성화 계기 될 듯
* 혼다 의원 : 위안부 법안 미 하원 통과 주도

재미동포들이 위안부 결의안과 ‘위안부 조항’이 포함된 법안의 미국 연방하원 통과를 주도한 일본계 3세 7선 하원의원인 마이클 혼다(72·민주당) 의원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혼다 의원이 강력한 당내 도전자를 만나 올해 하원 선거에서 재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혼다 살리기’ 캠페인이 가장 먼저 벌어지는 곳은 혼다 의원의 지역구(새너제이)가 있는 캘리포니아 지역이다. 22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제이제이그랜드호텔에서는 이 지역 동포들 주최로 혼다 의원 후원 모금 행사가 열린다. 이 모임은 현지에 있는 태평양은행 윤석원 이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도 실리콘밸리한인회가 중심이 돼 다음달 후원회 행사가 열리며, 인근 몬터레이한인회도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뉴욕에서 2월15일에, 시카고와 애틀랜타에선 3월 초·중순에 행사가 열린다. 이 캠페인은 김동석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등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의 하원 통과를 주도한 인사들이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다.

재미동포들이 소속 지역구 의원을 위한 후원회 행사는 그동안에도 해왔지만 이렇게 미국 전역에서 한 의원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캠페인은 혼다 의원 살리기 차원을 넘어 앞으로 재미동포의 정치력 신장 운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재미동포들이 이렇게 나선 건 활발한 의정 활동으로 재선에 어려움이 없던 혼다 의원이 인도계 변호사인 로 카나라는 강력한 도전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혼다 의원은 민주당 중진으로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측근인데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등 당내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그가 재선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은 워싱턴 정가에서도 주목의 대상이다. 미국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최근 올해 의회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지역구 10곳을 선정하며, 혼다 지역구를 첫번째 주목 대상으로 꼽았다. 이 신문은 “다정하고 할아버지처럼 자상한 72살의 혼다 의원은 그동안 재선을 별로 걱정하지 않았으나 37살의 카나 후보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에서 선거 판세는 어느 후보가 선거자금을 많이 모으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은 미디어 선거광고 단가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카나 후보는 선거자금을 200만달러 넘게 모아 53만달러 수준인 혼다 의원을 4배가량 앞서고 있다. 인권과 교육 등을 중시하는 혼다 의원이 노조 쪽의 지지를 많이 받는데, 카나 후보는 실리콘밸리의 대형 정보기술(IT) 업체와 벤처캐피탈 경영자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 카나 후보한테 개인적으로 자금을 기부한 경영자로는 에릭 슈밋 구글 회장,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머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 존 도너호 이베이 최고경영자 등이 대표적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독특한 선거제도도 혼다 의원에게 불리하다. 이 지역은 ‘오픈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정당에 관계없이 프라이머리에서 1·2위를 한 후보가 최종 선거에 입후보한다. 프라이머리는 6월3일 열린다. 이 지역은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서 1·2위를 모두 민주당 후보가 차지하리라 예상된다. 문제는 혼다 의원과 카나 후보가 11월 최종 선거에서 맞붙게 되면 공화당 지지자들이 현역 의원인 혼다 의원을 낙선 대상으로 꼽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혼다 후보의 재선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은 이런 분석을 근거로 한다.

재미동포들이 전과 달리 적극 나서게 된 것은 일부 일본계 시민들이 혼다 의원 낙선 캠페인에 나선 징후와 무관치 않다. 김동석 상임이사는 “젊은 상대 후보가 짧은 시간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모금한 것은 일본계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이뤄지기 힘들다”며 “일본계의 혼다 낙선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동안 혼다 의원이 일본계인데도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각종 한국 관련 이슈를 의회에서 해결하는 데 열성을 보여줬으나, 재미동포들이 보답을 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윤석원 이사장은 “한인 출신 시장들도 위안부 기림비를 세우자고 하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데 혼다 의원은 자기 일처럼 나섰다”며 “한인들이 그동안 혼다 의원한테서 받은 고마움에 비해 너무 소홀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사람당 최대 2600달러까지 정치헌금이 가능하다”며 “20달러, 50달러, 100달러씩 십시일반으로 모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1941년생인 혼다 의원은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후 미국 정부가 일본계 이민자들을 강제수용소에 수용할 때 1살 때부터 5살 때까지 부모와 함께 수용소 생활을 했다. 이 영향으로 그는 평화운동과 이민자 권익옹호 운동에 앞장서왔다.

워싱턴/글·사진 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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