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샌더스 돌풍 현장을 가다
‘공화당 텃밭’ 유세서도 수천명 운집
민주적 사회주의자 자임하며
무상 대학등록금·양극화 해소 공약
‘공화당 텃밭’ 유세서도 수천명 운집
민주적 사회주의자 자임하며
무상 대학등록금·양극화 해소 공약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22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유세가 열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이 샌더스 의원의 도착을 기다리며 축제처럼 환호하고 있다. 노스찰스턴/이용인 특파원
정의에 목마른 보통사람 대변 뉴햄프셔 여론조사서
힐러리 두번째 제치며 돌풍 그런데도 지지자들은 그에게 열광한다. 지지자들뿐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그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추월했거나 바짝 뒤쫓을 정도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퍼블릭 폴리시 폴링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뉴햄프셔주의 민주당 성향 지지자들은 클린턴 전 장관(35%)보다 샌더스 의원(42%)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햄프셔주에서 샌더스 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을 제친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이 벌써 두번째다. 샌더스의 유세에서 확인된 민심은 ‘정치 혁명’ ‘중산층 복원’ ‘무상 등록금’이었다. 이날 저녁 7시18분에 시작해 원고 없이 1시간 넘게 진행된 샌더스 의원의 연설 동안 3000여명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가장 많이 쏟아진 대목도 이 세 군데였다. 샌더스 의원은 제일 먼저 ‘정치 혁명’을 화두로 끄집어냈다. 그가 “(미국 석유 재벌인) 코크 형제나 다른 억만장자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미국 선거에 쏟아부으면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한줌도 안 되는 아주, 아주, 아주 부유한 사람들이 우리의 정치적 삶과 언론, 경제에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버니, 버니, 버니”를 외치며 박수로 화답했다. 연설 중간쯤에 이르자 그는 미국이 중산층과 노동자층에게 충분한 일자리와 급여, 교육과 사회보장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중산층을 복원하고 인종과 성별, 수입에 따른 차별로부터 중산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하자 또다시 큰 박수가 이어졌다. 그가 공립대학의 등록금을 없애고 학자금 대출 이자율을 낮춰야 한다고 연설한 부분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변화’를 내걸며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미국인들의 변화에 대한 갈증은 아직 해갈되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더 벌어지고, 평생을 비싼 등록금 대출 등에 짓눌려 살아야 하는 등 삶이 팍팍해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펴고 있다는 실망감이 ‘진정한 변화’를 외치는 샌더스에 대한 관심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들도 한목소리로 이 지점을 짚었다. 유세를 보기 위해 출입구 맨 앞에 줄을 서 있던 바버라 올슨(65)은 “대선 관련 유세에 온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라며 “샌더스는 쓰레기 같은 유세를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그는 중산층을 위한 사람이다. 부자와 중산층의 간격을 좁히겠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형과 함께 왔다는 미리암 마틴(26)도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짙게 드러냈다. 그는 “클린턴의 견해는 훌륭하지만 그는 누가 더 많은 돈을 내느냐에 따라 자기 입장을 바꿀 것”이라며 “버니는 자기가 믿는 것을 고수하고, 돈(선거 자금 기부)에 신경쓰지 않는 후보”라고 말했다. 내년에 처음으로 선거권을 행사한다는 노아 존스(18)는 “미국인들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엄청나게 비싼 대학 등록금을 내고 있다. 평생토록 그 돈을 갚아야 한다”며 “샌더스는 등록금을 없애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유세에선 샌더스 의원의 ‘한계’도 엿볼 수 있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 가운데 절반은 흑인이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과 맞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흑인들의 ‘몰표’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참석자들 가운데 흑인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샌더스 의원의 지역기반인 버몬트에서 온 한 기자는 “샌더스 의원이 내건 의제들은 미국 정서에 비춰볼 때 다소 극단적인 면이 있어서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노스찰스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