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경선 갈림길 ‘위스콘신주’
처음으로 집 안가고 유세 강행군
공식석상에 잘 나서지 않던 부인도
함께 무대에 올라 마이크 잡아
혼전 양상으로 치달아…6일 결과
처음으로 집 안가고 유세 강행군
공식석상에 잘 나서지 않던 부인도
함께 무대에 올라 마이크 잡아
혼전 양상으로 치달아…6일 결과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의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아무리 먼 곳에서 유세를 해도 마지막 저녁 행사가 끝나면 전용기를 타고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그런데 5일 위스콘신주 경선을 앞두고, 그는 이 지역에 머물며 하루 3차례씩 유세를 하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첫 경선이 치러진 아이오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 공식 석상에 잘 나서지 않던 부인 멜라니아(45)가 4일 위스콘신의 밀워키 극장 유세에 남편과 함께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는 등 처음으로 지원 유세에 나섰다. 멜라니아는 이 자리에서 “나는 남편이 매우 자랑스럽다. 그는 성실하고, 친절하며, 심성이 훌륭하다. 강하고 똑똑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인구 600만명도 안되는 중소 규모의 위스콘신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자체가 그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준다. 위스콘신 경선 결과에 따라 ‘매직 넘버’로 불리는 과반수 대의원 1237명을 확보해 자력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느냐, 아니면 공화당 지도부들이 사실상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중재 전당대회’로 가서, 다시 한번 혈전을 치러야 하느냐는 중대한 갈림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여기서 승리하면 웬만한 대형주를 거머쥐는 것보다 실속이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에 할당된 대의원은 42명으로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연방 하원의원 8개 선거구에 3명씩 모두 24명의 대의원이 할당돼 있다. 주 전체에는 18명의 대의원이 할당돼 있다. 각 선거구별 및 주 전체에서 각각 최다 득표자가 대의원을 모두 갖는다. 완전한 승자독식제는 아니지만 선두 주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버지니아대학 정치학센터가 그동안 경선이 치러진 주의 인종·연령·성별 변수 등을 토대로 분석한 예측치를 보면, 트럼프는 위스콘신에서 승리해야 매직 넘버인 1237명을 가까스로 넘긴 1239명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위스콘신에서 패하면 뉴욕, 캘리포니아 등 남은 경선 주들에서 그동안 기록한 평균 득표율을 넘어서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가 위스콘신에 몸을 던지는 이유다.
게다가, 위스콘신 결과는 향후 남은 경선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 당장 오는 19일 경선이 치러지는 뉴욕에서 트럼프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 정치 전문매체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여론조사 추정치를 보면, 트럼프는 53.3%의 지지율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21.3%),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19.0%)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건 트럼프의 뉴욕 득표율이다. 뉴욕은 대략 선거구별로 50%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모든 대의원을 가져가는 경선 규칙을 채택하고 있다. 각 기관이 예측하는 트럼프의 매직 넘버 달성도 트럼프가 50% 이상 득표해 거의 모든 대의원을 가져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득표율이 50%를 밑돌면 뉴욕에서 대승을 기대하기 힘들고, 이는 트럼프의 매직 넘버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가 위스콘신에서 크루즈를 누르면, 트럼프를 밀어내려는 공화당 주류들의 공세를 차단하면서 뉴욕 등 이후 경선으로 동력을 살려나갈 수 있다. 낙태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문제적 발언 등에도 불구하고 그의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하루 앞둔 4일, 위스콘신 경선은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크루즈는 위스콘신에서 인기가 높은 스콧 워커 현 주지사의 지지를 바탕으로 6~10%포인트 앞서고 있었지만, 이날 마지막으로 발표된 여론조사는 5%포인트 정도만 앞서거나 심지어 트럼프가 10%포인트 앞서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트럼프가 낙태 여성 처벌 발언을 계속 사과하면서 납작 엎드린 점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막판 결집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스콘신 유권자 지형에 대한 분석도 제각각이다. 상대적으로 극보수적인 유권자 비중이 높아 트럼프에게 불리하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쇠락한 공업지구 지역으로 저소득층 백인 유권자가 많아 트럼프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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