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미국 대선 민주경선 샌더스 열풍
워싱턴·위스콘신 등 7개주 싹쓸이
대의원수 격차 크지만 분위기 반전
지지도 45%…힐러리와 2.5%p 차이
히스패닉 표 의식 교황 만남 계획도
19일 ‘뉴욕 대전’마저 승리한다면
민주당도 ‘경쟁 전당대회’ 가능성
워싱턴·위스콘신 등 7개주 싹쓸이
대의원수 격차 크지만 분위기 반전
지지도 45%…힐러리와 2.5%p 차이
히스패닉 표 의식 교황 만남 계획도
19일 ‘뉴욕 대전’마저 승리한다면
민주당도 ‘경쟁 전당대회’ 가능성
9일 미국 민주당 대선 와이오밍주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물리쳤다. 최근 경선이 실시된 8개주 가운데 7곳의 승리를 거머쥐며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19일 뉴욕주 경선에서도 승리할 경우 민주당도 ‘경쟁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거론된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와이오밍 코커스(당원대회)에서 55.7% 득표율을 얻어 44.3%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따돌렸다. 14명에 불과한 대의원을 그것도 클린턴과 7명씩 나눠가져 실질적 성과는 없지만, 상징성은 적지 않다. 샌더스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경선이 치러진 8개 주 가운데 애리조나를 제외한 워싱턴, 위스콘신 등 7개주를 싹쓸이 했다. 주로 소형주들이어서 클린턴과의 대의원 수 격차를 좁히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오는 19일 ‘뉴욕 대전’을 앞두고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샌더스의 ‘8전7승’은, ‘민주당 경선은 클린턴으로 이미 끝났다’며 공화당 경선만 주목하던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클린턴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세력, 월가 금융자본의 독점적 권력,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이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 뿌리가 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선이 거듭될수록 샌더스의 전국적 인지도가 올라가는 점도 그의 선전을 거들고 있다. 샌더스가 지난해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 민주당 유권자들의 지지도는 5%를 밑돌았다. 하지만 <허핑턴포스트>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 평균치를 낸 것을 보면, 민주당 유권자 사이에서 그의 지지도는 45.3%로 클린턴(47.8%)과 2.5%포인트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그러나 샌더스가 승리한 7개주 가운데 6곳이 유권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가 아니라, 당원으로 등록된 사람만 참가할 수 있어 지지자들의 열정이 중요한 코커스 형식으로 치러져 샌더스에게 유리했다. 또 최근 승리한 주들이 대체로 샌더스에게 우호적인 백인·농촌 밀집지역이었다. 따라서 프라이머리 형식으로 치러지고, 인종이 다양하고, 와이오밍보다 거의 18배나 많은 247명의 대의원이 걸려있는 뉴욕에서 샌더스가 클린턴을 이기지 못한다면 최근 선전에도 불구하고, 샌더스 열풍이 계속 이어지는 게 힘들 수 있다.
뉴욕 경선을 열흘 남겨 둔 시점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격차가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뉴욕주 상원의원 출신인 클린턴이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샌더스는 자신이 뉴욕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5일 주재하는 ‘사회·경제·환경’ 주제의 교황청 회의에 참석해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뉴욕 메트로 시민의 3분의 1이 가톨릭을 믿고 있고, 오는 26일 치러지는 펜실베이니아주도 26%가 가톨릭 신자다. 특히, 힐러리 쪽에 쏠려있는 히스패닉 유권자들 가운데 카톨릭 신자가 많다.
만일 샌더스가 뉴욕에서 승리한다면 클린턴은 과반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결국 7월 전당대회에서 ‘자유 투표권’을 가진 슈퍼 대의원들에게 결정권을 넘겨주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민주당 주류로 구성된 슈퍼 대의원들이 현재로선 샌더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미국에서도 정치는 생물이다. 그전에 샌더스로선 우선 ‘경쟁 전당대회’로 이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뉴욕 승리가 필수적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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