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치러진 미국 뉴욕주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60.5%를 득표하며 압승을 거둔 도널드 트럼프가 뉴욕시에서 열린 승리 연설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공화당 경선
케이식·크루즈 30%p차 따돌려
대의원 95명 중 대부분 ‘싹쓸이’
‘자력으로 과반확보’ 가능성 생겨
케이식·크루즈 30%p차 따돌려
대의원 95명 중 대부분 ‘싹쓸이’
‘자력으로 과반확보’ 가능성 생겨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19일 치러진 뉴욕주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게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는 뉴욕 경선에서 크게 이김으로써, 자력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불씨도 살렸다.
트럼프는 94% 개표가 진행된 20일 오전 8시 현재, 60.5%의 득표율을 올려 케이식 주지사(25.1%), 크루즈 의원(14.5%)을 배 이상 따돌렸다. 뉴욕 경선 규칙은 주 전체 득표율에서 50% 이상을 기록한 승자에게 14명의 대의원을 몰아주고, 27개 연방하원 선거구별로도 50% 이상 득표율을 올린 후보에게 3명씩을 모두 안겨주는 규칙을 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트럼프는 뉴욕주의 대의원 95명 가운데 89명을 얻어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케이식은 3명의 대의원 확보에 그쳤고, 기세를 올리던 크루즈는 단 한 명의 대의원도 챙기지 못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트럼프의 압승은 1차적으론 뉴욕에 주요 사업 근거지와 거주지를 두고 있는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역투표 행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트럼프가 다른 주에서 평균 40~50% 득표율로 승리했던 것과 견줘보면, 뉴욕의 높은 득표율은 지역적 기반으로는 다 설명이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출구조사를 보면 다른 주와 달리, 트럼프가 아주 보수적인 층에서도 크루즈를 앞섰다”며 “테러 이슈에 민감한 뉴욕 공화당 유권자들이 무슬림 입국을 반대하며 이민 문제에 강한 보수성을 띤 트럼프를 지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출구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 가운데 일시적으로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8%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유세 과정 내내 뉴욕의 가치는 ‘9·11 테러’에서 보여준 뉴욕 시민들의 용감함과 열정에 있다는 식으로 이들의 테러 불안 심리를 파고들었다.
트럼프는 이날 승리로 위스콘신주에서 크루즈에게 일격을 당했던 패배를 되갚았다. 특히, 공화당 주류의 입김이 작용해 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경쟁 전당대회’로 쏠리던 흐름을 차단하고, 대의원 과반인 1237명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되살렸다.
<에이피>(AP) 통신은 지난 18일 트럼프가 뉴욕에서 77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대의원 과반보다 1명 정도 더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이날 뉴욕 경선에서 89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자력 후보 지명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현재까지 트럼프는 847명, 크루즈는 553명, 케이식은 148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트럼프는 이날 맨해튼 ‘트럼프 타워’에서 지지자들에게 행한 승리 연설에서 “(크루즈는) 수학적(대의원 수)으로 제거됐다. 이제 남은 경선이 많지 않다”며 기염을 토했다.
상대적으로 공화당 주류 쪽은 갑갑해졌다. 트럼프가 대의원 과반 이상을 확보하면 공화당 주류가 그의 후보 지명을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 물론 크루즈의 정교하고 위력적인 맞춤형 선거전략, 주류의 2차 반격, 예상할 수 있는 트럼프의 치명적 실수 등 경선이 끝날 때까지 트럼프의 발목을 잡을 복병들은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미국 뉴욕주 대선 경선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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