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반도 정책
북핵 대응은 중국에 하청
북핵 대응은 중국에 하청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그의 한반도 및 대외정책에도 관심과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지난달 27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외교정책 연설에 집약돼 있다. 미국의 군사적 대외개입을 자제하는 ‘고립주의’와 상대국과의 공평한 거래를 주장하는 상업적 ‘상호주의’가 섞여 있는데, 한반도 정책도 이런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선 한-미 동맹과 관련해, 최소한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의 큰 폭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유세 과정에서 매년 한국이 1조원가량 분담하는 미군 주둔 비용을 ‘푼돈’이라고 깎아내렸으며, 지난달 외교정책 연설에서도 “동맹국들이 엄청난 안보 부담에 따른 미국의 재정적·정치적·인적 비용에 더 기여해야 한다”며 엄격한 ‘상호주의’를 주장한 바 있다.
한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거대한 군 조직 및 군수산업 복합체들의 격렬한 반대로 이런 공약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그가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일관되게 고립주의 노선을 밝혀왔고, 또 이런 주장에 대한 미국민들의 지지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한미군 철수는 아니어도 주한미군 감축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협상 카드로 흔들 가능성은 있다.
북한 문제 해결을 두고선 ‘중국 하청론’ 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연설에서 “중국이 통제 불능의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우리의 경제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게 뻔한 대중국 경제 압박을 사업가인 트럼프가 할 가능성은 적지만, 북한 문제는 더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읽을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대북 문제에서 한국의 독자적 외교 공간을 넓히는 기회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다만, 한반도에서 미국 파워의 축소를 중국과 일본이 채우려 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어떻게 제어하느냐는 문제가 한국 외교의 새 과제로 다가오게 된다. 이와 맞물려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론’도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전통적인 ‘자유무역’ 기조와 정반대로 ‘보호무역’을 강조하고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자유무역이 미국 제조업을 공동화시켰다는 트럼프의 인식이 워낙 강하고, 이런 주장으로 백인 저소득 유권자층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트럼프의 한반도 관련 발언과 예상 정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