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류 여성 엘리트냐, 거침없는 입담의 부동산 억만장자냐.
과정이 복잡하기 짝이 없는 미국 대선이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양당은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지명한다.
미국 정가와 언론은 벌써부터 ‘클린턴 대 트럼프’ 맞대결을 가정한 대선 판도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대부분 여론조사들에선 클린턴이 트럼프를 10%포인트 가량 앞선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3일 “트럼프가 힐러리를 앞지를 수 있을까? 물론이다”라고 자문자답했다. “트럼프는 이미 수차례나 전통적인 분별력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러나 “미국인 다수는 힐러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트럼프는 끔찍하다고 여긴다”며 트럼프가 승기를 잡으려면 그런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3일 경선 승리 직후 여유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이른바 ‘네버 트럼프(트럼프는 절대 안돼)’ 운동이 조기사망했다”며 “우리는 11월(대선)에 더 크게 이길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보다 본선 경쟁력이 앞선다고 믿는 민주당의 클린턴 진영은 말을 아꼈다.
트럼프의 승기가 굳어지면서 공화당 주류는 딜레마에 빠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 내 트럼프 반대 진영은 자신들이 클린턴을 돕는 이적행위가 되더라도 트럼프 반대를 지속할 여력이 충분한지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보다 차라리 클린턴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보수주의 시민운동’을 주도해온 에릭 에릭슨은 4일 긴급모임을 열어 ‘트럼프 대체’ 전략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최대 문제는 역대 대선에서 일반 유권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없는 후보 중 하나라는 것이다. 최근 7개월새 여론조사 평균값을 보면 트럼프는 ‘호감’(35.2%)보다 ‘비호감’(60.6%)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클린턴도 ‘호감’ 41.7% 대 ‘비호감’ 54.9%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호감 비율이 높다.
트럼프는 역시 비주류였던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지지층이었던 ‘젊은, 비백인, 고학력’ 유권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바닥이다. 이는 역으로 클린턴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클린턴도 젊은층 유권자들 사이에선 당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크게 뒤지지만, 트럼프와의 본선 경쟁에서는 불리할 게 없다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여기에 여성 유권자까지 더하면 둘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현재 미국 유권자의 30%에 가까운 비백인, 그리고 고학력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본선 승부의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경선 완주를 다짐하는 샌더스가 클린턴에 대한 비판 수위를 전혀 늦추지 않는데다, 샌더스 지지층이 본선에서 클린턴 지지로 얼마나 돌아서느냐도 주요한 변수 중 하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