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민주당 캘리포니아주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패배한 뒤에도 ‘경선 완주’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이 8일 로스앤젤레스의 공항에서 버몬트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준비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7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이후에도 ‘경선 완주’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사진) 상원의원을 향한 당 안팎의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샌더스의 핵심 지지 그룹들도 속속 클린턴 지지를 선언하면서 샌더스를 향해 ‘민주당 통합’에 동참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8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샌더스와 지지자들이 지금 (민주당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이며, 트럼프를 꺾기 위해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9일 각각 샌더스를 만나 암묵적으로 대선 경선 후보 사퇴를 종용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8일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샌더스에게 민주당이 단합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를 꺾어야 샌더스의 정책 어젠다도 더욱 잘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클린턴 지지를 압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상원에서 유일하게 샌더스를 지지했던 제프 머클리 오리건주 상원의원도 샌더스에게 “이제 그만 내려올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머클리 상원의원은 <뉴욕 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절대적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자를 지지하고, 그 지명자는 힐러리 클린턴”이라고 말했다. 진보 진영 활동가들도 샌더스의 완강한 ‘완주 운동’으로부터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무브온’(MoveOn.org)과 ‘미국을 위한 민주주의’는 8일 “가장 많은 일반대의원을 확보한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샌더스가 아니면 안 된다”는 지지자들을 끌어안으면서 그를 아름답게 경선 무대에서 퇴장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9일 <엔비시>(NBC) 방송 ‘투나잇 쇼’에서 샌더스 캠페인의 “엄청난 에너지”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칭찬한 것도 그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샌더스도 조만간 ‘냉엄한 정치 현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클린턴 쪽 관계자는 “샌더스가 제때 (클린턴 지지로)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고, 클린턴이 가을 캠페인에서 던질 광범위한 메시지가 좌파 회의론자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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