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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클린턴, 북 고립정책 지속…트럼프 당선땐 가장 위험”

등록 2016-06-12 19:28수정 2016-06-12 20:53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73)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73)
미 한반도정책 전망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미 대선후보 평가
올해 11월8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 대선후보가 각각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도널드 트럼프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두 후보의 한반도 및 대외 정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73)는 12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 고립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그는 분명히 매파다. 그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내릴 결정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는 트럼프에 대해선 “(그의 대외정책 가운데) 유일하게 흥미를 가질 만한 부분”이라면서도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힐러리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중국엔 군사 봉쇄하는 척하면서
미국기업 위해 시장개방 전략 펼듯”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경우, 어떤 대북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는가?

“북한 고립화 정책을 지속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할 것이다.”

-클린턴이 직접 얘기하진 않았지만, 측근들은 ‘북한 붕괴 직전까지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방식은 지난 25년 동안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니 다음 행정부 임기 4년 동안에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클린턴 진영이 기존 국가안보 시스템을 벗어나 사고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트럼프가 얘기한 대외정책 가운데 유일하게 좋아하는 부분이다. 미국 지도자들은 적성국 지도자와 대화하는 것을 큰 선물인 것처럼 생각한다. 미 정부가 지난 70년 동안 북한을 고립시키고 존재하지 않는 국가처럼 취급해 얻은 것이 있는가? 충돌과 상처와 고통뿐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련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지 16년 뒤인 1933년 소련과 외교관계를 열었다. 비교적 관계를 잘 유지했기 때문에 소련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및 일본에 맞선 연합군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트럼프가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트럼프가 평생 해온 게 협상이다. 협상 상황을 가정한 도발적인 초기 입장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 미 동맹국들이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도록 할 것이고, 그러지 않으면 철수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의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 발언은 어떻게 보나?

“아마 일본인들의 반대가 강렬할 것이다.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이 1970년대에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그러나 미 국가안보 지배층과 펜타곤(국방부)이 그런 계획에 엄청나게 반대할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이란 직위를 사람들한테 말만 하면 그대로 되는 자리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국가 관료제도는 관성적 성향이 강하고, 그 관성이 가장 강한 곳이 펜타곤이다.”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한·일 주둔미군 철수는 협상용
늘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문제”

-대외정책에서 힐러리는 매파, 트럼프는 비둘기파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클린턴은 분명 매파다. 그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내릴 결정이 우려스럽다. 그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를 끌어내리는 데 중요한 추진세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리비아는 완전히 엉망인 상태가 됐다. 트럼프는 비둘기파가 아니다. 그가 유세기간 동안 보인 행동들은 기본적으로 충격적인 발언으로 텔레비전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대외정책 발언 가운데 유일하게 체계적인 부분은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에 존재했던 고립주의를 들먹이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일방주의, 동맹에 대한 비난, 반이민 입장, 미국 단일국가주의다. 물론, 그는 입장을 자주 바꾸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가 대통령이 돼도 어떤 외교정책을 펼지 잘 모른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을 비교하면?

“클린턴의 대중국 정책은 아마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다. 즉, 중국과 심각한 충돌은 피하는 선에서 군사적으로 봉쇄하는 척하면서 미국 기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중국 시장을 개방시키는 것 말이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고안해낸 이런 전략 뒤엔 미국의 거대한 초당적 기업 연합세력이 있다. 클린턴도 그동안의 이런 정책을 결코 흐트러뜨리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도 대통령이 된다면, 미-중 관계가 가장 돈벌이가 되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현실로 되돌아올 것이다. 그도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실크넥타이와 다른 제품들을 중국에서 만들 것이다.”

-클린턴이나 트럼프가 잘못된 대외정책을 펴려 할 때 그의 측근들이 막을 수 있다고 보는가?

“클린턴은 분명 측근들의 말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일 것이다. 문제는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 같은 강경파 등 클린턴이 이른바 (보수적인) ‘워싱턴 엘리트층’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위험한 측면 중 하나는 ‘나르시시즘’이다. 그는 항상 자신이 옳다고 확신한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보다도 세계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백악관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레이건은 국가안보회의 동안 졸기도 했지만, 최소한 측근들의 말은 들었다. 트럼프는 완전히 다르다. 그는 아주 적극적이고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하루에 4~5시간만 자면서 남의 말은 거의 듣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도 19세기엔 쓸모없고 비정상적인 대통령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처럼 대규모의 군대를 통솔하지는 않았다.”

워싱턴/글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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