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각)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성 안셀모 대학 뉴햄프셔 정치연구소에서 “대통령이 되면 테러 관련국에서 이민자를 안 받겠다” 등의 내용이 담긴 자신의 이민자 정책을 연설하고 있다. 맨체스터/ 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테러 관련국으로부터 이민을 전격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밝혀 비판을 받고 있다.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으로 인한 보수층의 불안심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지만, 미국 무슬림들에 대한 증오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는 13일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성 안셀모 대학 뉴햄프셔 정치연구소에서 열린 대테러 연설에서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내가 당선되면 지금의 이런 테러 위협들을 어떻게 끝낼 지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는 미국, 유럽 혹은 우리 동맹에 대한 테러 역사를 가진 나라로부터는 이민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민자들의 신원이 적절하고 완벽하게 검증될 때 (입국금지를) 해제해야 한다”며 무슬림 입국 금지를 주창했다. 트럼프는 올랜도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에 대해 “그 살인자가 미국에 있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우리가 그의 부모를 미국에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 나라에 들어오는 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고장난 이민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공격하는 내용을 19번이나 언급했다. 클린턴이 ‘급진적 테러리스트의 입국을 허용하길 원한다’는 등의 일방적 주장이 주를 이뤘다. 클린턴을 지지하는 존 루이스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도널드, 그 입 좀 다물라. 미국인들한테 (올랜도 참사를) 슬퍼할 시간을 달라”고 일갈했다. 클린턴은 이날 마틴 같은 ‘외로운 늑대’ 근절을 약속하면서도 “선동적인 반무슬림 수사는 평화를 사랑하는 무슬림과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온 미국의 노력을 제약한다”며 중동 지역 파트너들과 대테러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화당 출신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피터 베너는 “불행하게도 이런 비극(올랜도 참사)은 트럼프를 해하기보단 오히려 도와준다”고 분석했다. 무슬림 인권운동가 파르하나 케라는 “이런 종류의 발언들이 감정적이거나 불안정한 일부 미국인들에게 (무슬림) 증오 행위에 가담할 수 있는 허가를 해준다”며 무슬림이 또다른 증오범죄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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