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연합뉴스
경선 마무리 뒤 처음 만나
정강 개발 서로 협력키로
샌더스, 공식 지지는 유보
정강 개발 서로 협력키로
샌더스, 공식 지지는 유보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이 14일 워싱턴을 마지막으로 4개월 보름여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이날 밤 회동을 통해 탐색전을 펼쳤다. 본선 승리를 위해 샌더스의 적극적인 지지를 필요로 하는 클린턴과, 진보적인 정책들을 정강에 더 반영하기 위한 샌더스의 ‘간보기’ 성격의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이날 워싱턴 경선이 끝난 뒤 두 후보가 백악관에서 가까운 워싱턴 시내 호텔에서 90분 동안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는 두 후보와 함께 양쪽 선거캠프의 책임자들이 각각 2명씩 참석했다. 샌더스 쪽에선 그의 부인 제인이 참모로 참석했다.
이날 회동 결과에 대해 샌더스 쪽 대변인인 마이클 브리그스는 “더 많은 사람들을 정치적 활동과정에 참여시키는 최선의 방법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 제기하는 위험스런 위협 등에 대해 긍정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밀 정치자금 근절, 대학 등록금 인하, 건강보험 확대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논의했으며, 오는 7월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강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일단, 큰 틀의 원칙에만 합의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샌더스는 캘리포니아주 경선 패배 이후 후보 지명보다는 자신의 진보적 정책을 민주당과 클린턴의 공약에 반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샌더스가 이날도 공식적으로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한 것은, 마지막까지 이를 클린턴 및 민주당 ‘좌클릭’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전술로 보인다.
실제 클린턴과의 회동이 있기 몇시간 전 샌더스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의 체질 개선을 강하게 주문하며 클린턴을 압박했다. 클린턴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인 데비 와서먼 슐츠의 교체를 요구하고, 아웃사이더 후보에게 불리한 슈퍼 대의원 제도를 없앨 것을 요구했다.
경선이라는 큰 싸움이 이날로 끝났지만, 7월 전당대회까지 클린턴과 샌더스 쪽 간에 민주당 정강 작업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은 안팎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민주당 전국위원회 산화 정강위원회는 15명의 위원 중에 클린턴 몫 6명, 샌더스 몫 5명, 슐츠 위원장 몫 4명 등으로 구성돼 있어, 샌더스 쪽이 제도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제기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았다. 또한, 이번 주말에는 주로 샌더스 지지자로 구성된 진보적 활동가 2500명이 시카코에 모여, 샌더스가 주창해온 이슈들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한편, 이날 워싱턴 경선에서는 클린턴이 78.7%의 득표율을 얻어 샌더스(21.1%)를 크게 눌렀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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