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핵심 선거운동 책임자 코리 루언다우스키가 20일 전격 경질됐다. 지난 15일(현지시각)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연설을 하는 트럼프 옆에 서있던 루언다우스키의 모습. 팜비치/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핵심 선거운동 책임자를 전격 경질했다.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선거운동을 주도한 인물의 경질로 그의 선거운동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트럼프의 선거운동본부 대변인 호프 힉스는 20일 아침 성명을 내고 코리 루언다우스키(43)가 “더이상 선거운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운동본부는 그 동안 코리의 일과 헌신에 감사하며 그의 미래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루언다우스키는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캠페인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를 트럼프답게 하자”며, 그 동안 인종주의적인 트럼프의 과격한 선거운동을 지휘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전격 경질은 이날 아침 트럼프 및 그의 두 아들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회의에서 결정됐다고 트럼프의 측근들이 전했다. 트럼프의 큰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딸 이방카, 막내아들 에릭 및 이반카의 남편 재러드 쿠시너는 트럼프에게 포용적인 선거운동을 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트럼프가 트럼프대학 사건을 담당한 히스패닉계 판사에 대해 인종주의적 발언을 하는 바람에 지지율이 하락하고 공화당 주류들의 공격이 커지자, 선거운동본부 내에서 선거전략 전환을 촉구하는 발언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쪽도 트럼프에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지난주 트럼프와 만나 전국위와 트럼프의 관계가 점점 긴장되고 있다며, 변화가 있다면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트럼프의 측근들이 전했다. 전국위는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을 주도하는 기구다. 특히 프리버스는 공화당 주류 중에서 트럼프 지지의 불가피성을 처음 밝힌 인물이다.
트럼프의 측근들과 비판자들은 모두 트럼프의 시대착오적인 대선 캠페인 접근법의 강력한 옹호자로 루언다우스키를 지목해 왔다. 그는 트럼프가 대선후보로 좀 더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당 안팍의 제안을 일축하고, 트럼프 식의 선거운동을 주도해왔다. 매사추세츠 출신의 루언다우스키는 트럼프의 선거진영에 합류하기 전 몇몇 지방선거 외에는 전국선거를 치른 경험이 없다.
루언다우스키는 그동안 트럼프에 접근하려던 여기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등 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그는 올해 초 트럼프 선거캠프에 영입된 폴 매너포트와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여,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우왕좌왕하게 된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공화당은 그의 경질을 긍정적 조처로 환영했으나, 트럼프 후보 자신이 실제로 변할 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트럼프의 아들 도널드 주니어는 <엔비시>(NBC) 인터뷰에서 루언다우스키와의 결별이 “우호적”이었다고 표현했다. 트럼프도 루언다우스키와 아주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그러나 루언다우스키는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내가 왜 경질됐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답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경질이 전격적이고 일방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특권이고 영광이었다”며 “트럼프는 위대한 후보이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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