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19일 공화당 내 강경주의자들의 모임인 ‘티 파티’ 모임이 열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머틀 비치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모습. 머틀 비치/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정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대선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여러 무역협정에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을 당이 대폭 수용한 것이다. 일부 문구는 트럼프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도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16 공화당 정강 초안이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들에게 회람됐다고 11일 보도했다. 전국위는 이번주 초안을 토대로 토론을 벌여 최종안을 만들어, 다음주 시작되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시엔엔>은 공화당 정강 초안과 2012년 채택한 정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역에 대한 태도라고 짚었다. 초안은 자유무역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고 다자간 무역협정을 지지한다는 공화당 기존 태도는 바꾸지 않았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 색깔이 더욱 선명하게 들어 있다. 특히 초안에는 “미국을 우선에 놓고(put America first) 무역정책들을 더욱 잘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들어갔는데, 이는 트럼프의 주장을 직접 인용한 것이다.
북-미 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선동적 주장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미국이 자국에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무역협정에 대해서는 적극적 대항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초안에서 밝히고 있다. 2012년 정강에도 대항 조처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이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초안은 그 대상이 중국을 넘어서 있다. 2012년 정강에는 “공화당은 무역협정에서 탈퇴하려고 해야만 협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따라서 공화당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에서 완전한 동등함을 주장하며 만약 중국이 현재 정책을 변경하지 않으면 상계관세(수출국이 특정 수출산업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하여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경우, 수입국은 그 수입상품에 대해 보조금액에 해당하는 만큼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를 부과할 것이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정강에는 “공화당 대통령은 무역에서 동등함을 주장하며 ‘다른 나라’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이다”라고 적혀 있어 그 대상이 좀더 포괄적이다.
앞서 미국 민주당도 지난 9일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포함된 정강을 채택한 바 있다. 민주당 정강은 “이제는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무역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런 원칙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해 전에 협상된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믿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사회 문제에 대해선 전통적인 보수적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동성결혼 문제는 2012년 정강에선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고 규정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한다’고 적혀 있었으나, 이번 초안에는 그런 내용은 없다. 다만, ‘미국의 법규는 결혼이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동성결혼 문제는 주의 판단에 맡기자’고 주장하는 내용을 넣어 이전보다는 다소 완화됐다. 공화당은 또 초안에 “포르노가 공공 보건의 위기”라는 선언을 새로 넣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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