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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멜라니아 표절 논란에 공화당 내분까지…부시 때문?

등록 2016-07-20 10:11수정 2016-07-20 16:35

2008년 미셸 오바마의 연설 표절
폴 마나포트 선거본부장 책임론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스피치라이터들이 작성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남편의 후보 지명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18일(현지시각) 연설하고 있다.(왼쪽)그의 이날 연설은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연설(오른쪽)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가 남편의 후보 지명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18일(현지시각) 연설하고 있다.(왼쪽)그의 이날 연설은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연설(오른쪽)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19일(현지시각) 그의 부인 멜라니아의 연설 표절 논란으로 내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전날 열린 전당대회 첫날 멜라니아의 연설이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연설 중 일부를 표절했다는 지적이 나온 뒤 이를 두고 트럼프의 선거운동본부장 폴 마나포트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이날 트럼프의 후보 지명의 빛이 바랬다.

멜라니아는 전날 연설에서 “어린 시절부터 나의 부모는 ‘너의 삶에서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노력해라.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가.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갖고 대하라’라는 가치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는 미셸 오바마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과 나는 ‘너의 삶에서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노력해라.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라. 사람들에게 존엄과 존경심을 갖고 대해라’ 처럼 같은 가치를 배우며 자랐다”는 연설 내용과 비슷했다.

멜라니아는 이어 “우리는 그런 교훈들을 뒤따르는 많은 세대들에게 넘겨줄 필요가 있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이 나라의 우리 아이들이 너의 성취에 대한 유일한 제한은 그것을 위해 일하려는 꿈의 강도와 의지뿐이라는 것을 알기를 원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구절 역시 미셸이 “버락과 나는 그런 교훈들에 인도된 삶을 구축하고, 그런 교훈들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려고 나섰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 이 나라의 모든 아이들이 너의 성취의 높이에 대한 유일한 제한은 그것들을 위해 일하려는 꿈과 의지의 범위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를 원하기 때문이다”고 말한 대목과 유사하다.

멜라니아는 또 “내 부모들의 성실함과 열정, 그리고 지성은 여전히 오늘까지 나에게, 그리고 가족과 미국에 대한 나의 사랑에 반영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도 미셸이 “내 어머니의 성실함과 열정, 지성이 내 딸들에게 반영됐다”고 말한 대목과 비슷하다.

트럼프의 대선후보 공식 지명을 한 19일 공화당은 표절 논란으로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의 후보지명전 운동을 주도했으나 최근 밀려난 코리 르완다우스키는 마나포트 선거운동본부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이를 승인했더라도, 이 연설을 진행되도록 허락한 최종 승인은 해명돼야 한다”며 “나는 그가 폴 마나포트라고 생각하고, 그는 적절한 조처를 취하고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마나포트 본부장은 “대단한 연설”이라며 “미셸 오바마가 자신의 가족에 대해 아주 유사한 감정을 느꼈을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힐러리 클린턴이 이 문제로 관심을 끌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한 여성이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할 때 클린턴은 그녀를 폄하하고 깎아내리려 한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사례이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이날 손가락질과 혼란으로 폭포 앞에서 잠을 깼다고 <뉴욕 타임스>는 논평하기도 했다. 대중 앞에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멜라니아는 전날 트럼프의 깜짝 등장에 이은 소개로 전당대회장에 나타나 연설해 그날의 하이라이트로 부각됐었다.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시너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 2명으로부터 받은 멜라니아의 연설 초고를 감수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연설문 작성자였던 매튜 스컬리와 존 매코널이 6월에 멜라니아 연설의 초고를 썼고, 이를 한달 전에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에 보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의 대변인인 카트리나 피어슨은 멜라니아가 미셸 오바마가 사용했던 말들과 유사한 구절들을 사용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글자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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