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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빌 클린턴이 ‘퍼스트 젠틀맨’이 되면?

등록 2016-07-27 11:55수정 2016-07-27 13:38

일 없으면 사고치는 빌 클린턴
전통적인 퍼스트 레이디 역할은 안할 것
기후변화 대처나 중동특사 임명 주장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6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는 미국 사상 최초로 ‘퍼스트 젠틀맨’으로서 백악관에 돌아가게 된다. 그의 백악관 귀환은 그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잇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26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는 미국 사상 최초로 ‘퍼스트 젠틀맨’으로서 백악관에 돌아가게 된다. 그의 백악관 귀환은 그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잇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사상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으로 백악관에 돌아가게 되면?

미국 양대 정당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된 힐러리 클린턴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는 남편 빌 클린턴과 함께 백악관으로 돌아간다. 이들 부부가 24년 전에 백악관에 들어갈 때와는 달리 역할이 바뀐다. 전직 퍼스트 레이디는 대통령으로, 전직 대통령은 퍼스트 젠틀맨으로.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의 남편도 처음이지만, 그 대통령의 남편은 전직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더구나 그는 일 중독자인데다, 막강한 능력과 경험을 갖춘 연부역강한 인물 빌 클린턴이다.

‘퍼스트 젠틀맨’ 빌 클런턴은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에게 가장 큰 숙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도 26일 보도했다. 빌 클린턴은 각료로 임명되지 않고, 백악관 상황실에 들어가지도 않을거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에도 그의 사무실은 있지 않을 것이라고 힐러리 클린턴의 보좌진들은 밝히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직 대통령인 남편이 첫 여성 최고사령관의 어깨 너머에서 감시하는듯한 바람직하지 못한 광경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클린턴의 보좌진들이 빌 클린턴의 새로운 인생을 위해 구상하는 이런 조처들이 더 골치아픈 잠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빌 클린턴이 할일이 없을 때는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1995년 예산 문제로 연방정부가 폐쇄됐을 때 빌은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는 백악관을 떠난 초기에 부자 플레이보이들과 교류로 타블로이드 신문 단골 기사꺼리가 됐다. 2008년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뒷전으로 물러나자, 버락 오바마를 거칠게 비난하는 등 악동의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과 만나는 장면이 들켜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사건을 무마하려 한다는 의혹을 샀다. 그가 시간이 있을 때는 사사건건 말썽을 피웠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그에게 공식 직함을 줄지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나, 그가 바빠지기를 원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지난 24일 <시비에스>의 프로그램 ‘60분’과의 회견에서 대통령이 되면 “모두 손을 모아서 돕는 시간”이 될 것이며, 자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뿐만 아니라 남편 클린턴에게도 의지하고 “그들을 일하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남편 클린턴은 공동 대통령이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현재 69살인 빌 클린턴은 나이과 건강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여전히 중심에 서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고 있고, 지적인 관심과 호기심이 크다고 친구들이 전했다. 빌 클린턴은 한가롭게 앉아서 지내거나, 남들이 말을 걸때만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들도 인정한다.

빌 클린턴은 현재 하루 중 남는 시간들은 세계 경제에 관한 책과 글을 읽으며 보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힐러리가 경제회복에 대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즐기며, 자신이 원하는 누구라도 통화하고, 특히 원할 때마다 부인 힐러리와 통화한다. 그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그의 인생이 더 제한을 받을 것은 불가피하고, 대통령의 배우자가 보여주던 절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빌 클린턴이 ‘퍼스트 젠틀맨’으로 백악관에 돌아가면 퍼스트 레이디가 수행했던 전통적인 의무들을 모두 떠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백악관의 식기, 꽃 배치, 각종 만찬의 주빈 역할 등 일부는 그가 아니라 딸 첼시아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빌 클린턴의 친구들은 그를 활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기후변화, 세계적 빈곤, 혹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확산 등에 대처하는 태스크포스 주도같은 굵직하면서도 특화된 임명직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이들은 그가 재임 시절에 중동 문제에 대해 보인 애정과 식견을 감안해 그를 중동특사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빌 클린턴의 측근들은 중동특사는 그가 관심을 보인 일이 아니라고 전했다.

빌 클린턴이 어떤 일을 맡더라고 그의 영향력과 능력을 감안한다면 힐러리 클린턴의 각료들을 무력화하고 긴장을 자아내고, 공화당의 정치 공세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 힐러리 클린턴도 1994년 백악관의 건강보험개혁위원장을 맡았다가 공화당의 정치 공세 대상이 되고, 앨 고어 부통령과 긴장관계를 보였다.

빌 클린턴이 백악관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는 지적도 있다. 빌 클린턴은 26년 전의 힐러리 클린턴과는 달리 워싱턴과 백악관이 낯설지 않고, 아마 미국 최고의 정치 능력자로서 배후에서 대통령 부인을 도와주는 배우자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은 그의 대통령 부인이 직면하는 문제들에 대해 풍부한 경험으로 조언할 수 있고, 모든 영향력있는 정치인과 외국 지도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이 반드시 백악관에 있을 필요도 없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빌 클린턴은 뉴욕주 차파쿠아의 자택을 유지하면서, 뉴욕 맨해튼에 있는 그의 재단 사무실에서 계속 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미키 캔터는 “빌 클린턴만큼 정책과 정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그는 힐러리의 옹호자, 변호사가 될 것이고, 참모들이 힐러리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두 부부가 아마 사적인 대화를 나눌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클린턴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사태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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