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각)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이 영상을 통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FP 연합뉴스
미국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힐러리 로댐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각)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 것은 미국 2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와 3개월 동안 백악관 주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 전당대회 둘째날인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농구경기장 ‘웰스파고 센터’에서 열린 후보 공식 지명 절차 과정에서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만장일치 추대를 유도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클린턴은 이날 밤 전당대회 종료 직전 뉴욕에서 생중계로 연결된 ‘깜짝’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오늘은 당신의 승리이고, 당신의 (영광된) 밤”이라며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힌 뒤 “유리천장(눈에 보이지 않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장벽)에 지금껏 가장 큰 금을 냈다”고 감격을 표시했다. 앞서 클린턴은 이날 오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역사’(history)라는 함축적인 한 단어로 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클린턴은 웰즐리대학 행정대 회장이었을 때 동기 여학생들을 향해 “우리가 지도력과 힘을 발휘할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외치는 등 일찌감치 여성의 권리와 리더십 향상에 눈을 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 시절을 거친 뒤 2000년 11월 뉴욕시 여성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오바마 행정부에선 국무장관을 지냈다. 8년 전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한 뒤 “우리가 이번에는 가장 높고 가장 단단한 유리천장을 부술 수 없었지만, 1800만개(클린턴이 경선에서 얻은 득표)의 균열을 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던 클린턴은 8년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지명되면서 ‘여성 대통령’의 첫 관문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는 소득 불평등 해소와 월가 개혁 등을 요구하는 젊은층과 중하층 유권자들로부터 기성정치권을 대표하는 인물로 비판받고 있어, 이들의 분노를 본선 과정에서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또 ‘트럼프보다 더 믿을 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신뢰성의 위기도 넘어서야 한다.
필라델피아/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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