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이 28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필라델피아에서 후보 수락 연설 뒤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28일 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수락연설을 앞두고 진행자들이 참석자들에게 성조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밤 10시1분께 무대에 등장한 딸 첼시가 “어머니는 내게 ‘공직의 본질은 바로 봉사’라고 가르쳤다. 클린턴의 딸로 이 자리에 선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해 어머니로서, 할머니로서 클린턴의 자상한 측면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첼시가 마지막에 “나의 어머니, 그리고 차기 미국 대통령을 소개한다”고 말하자,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성조기를 흔들며 “힐러리! 힐러리!”를 외쳤다.
평소 짙은 하늘색 정장을 즐겨입던 클린턴은 이날은 깔끔한 흰색 정장을 입고나와 첼시와 포옹했다. 클린턴은 무대를 좌우로 오가며 손을 흔든 뒤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가족, 버락 오바마 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특히, 샌더스를 향해 “당신의 대의가 우리의 대의”라고 찬사를 보내자, 대형 스크린에 샌더스의 얼굴이 크게 비춰졌다.
클린턴은 곧바로 트럼프가 제시한 ‘미국의 미래’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우리가 미래를, 그리고 서로를 두려워하기를 바란다”며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두려워해야하는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나만이 미국(의 현실)을 고칠 수 있다”는 트럼프를 향해 “미국인들은 ‘우리가 그것을 고칠 것’이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 클린턴이 “여러분들의 미국 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한 것은 바로 미국의 장래에 대한 무한한 확신 때문”이라고 선언하자, 전대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그리고 클린턴은 마지막 부분에 “용기와 자신감이 담긴 미래를 보자. 사랑하는 아이들과 나라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자”며 연설을 끝맺었다.
이날 클린턴의 후보 수락 연설에 앞서, 공화당 쪽 인사들이 찬조연사로 나와 클린턴 지지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우상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 작성 비서로 일했던 더그 엘멋은 “난 평생 민주당을 지지해본 일이 없다. 그런데 당신이 지금 보는 공화당은 더 이상 공화당이 아니고 트럼프의 당이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엘멋은 “트럼프는 균형감각이라곤 하나도 없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텔레비전 스타에 불과하다. 나는 힐러리의 4년이 트럼프의 하루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를 맹공했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여성 공화당원’의 공동 설립자인 제니퍼 피에로티 림도 무대에 올라 “트럼프의 여성혐오와 용모지상주의적 발언은 이루 셀 수 없이 많아 반복하는 게 무의미하다. 트럼프는 우리(여성)의 성공담을 깎아내리고 우리의 능력을 존중하지 않지만 11월 우리의 표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민주당 여성 의원 14명도 클린턴을 지지하기 위해 전대장에 집결했다. 이들 사이에서 “학장님”으로 불리는 최고참 바바라 밀커스키 의원은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후보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제 제대로 차림새를 갖추자. 립스틱을 바르고, 구두를 깨끗하게 닦고, 어깨를 당당히 펴고 클린턴을 백악관으로 보낼 투쟁을 준비하자”고 외쳤다.
필라델피아/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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