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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무슬림 비하 발언 파문 커져

등록 2016-08-01 16:45수정 2016-08-01 16:53

민주당 전당대회 찬조연설 부모와 설전
전사자 예우하는 문화에 어긋나
공화당 의원들도 “잘못된 발언” 맹비난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 센터에서 키즈르 칸(오른쪽)이 아내 가잘라 칸과 찬조연설자로 나서 연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웰스파고 센터에서 키즈르 칸(오른쪽)이 아내 가잘라 칸과 찬조연설자로 나서 연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무슬림 비하 발언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그간 인종·종교·성별 관련 비하 발언으로 비판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인지도를 높여왔지만, 이번에는 무슬림 이민자 중에서도 이라크전에서 숨진 아들을 둔 부모와 설전을 벌였다는 점에서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시엔엔>(CNN) 방송 등이 31일 전했다.

논란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촉발됐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8일 이라크에서 2004년 숨진 아들을 둔 키즈르 칸 부부가 찬조연설자로 등장해 트럼프를 향해 “미국을 위해 무엇을 희생했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이어 품에서 헌법 책자를 꺼내 “헌법을 읽어본 적이 있기는 하냐”며 트럼프의 인종·종교적 차별 발언을 비판했다. 칸의 연설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자, 트럼프는 이틀 뒤인 30일 인터뷰를 통해 “나는 사업을 하면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고, 희생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칸의 아내인 가잘라가 연설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슬람교에선 여성에게 발언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곧 무슬림 비하 발언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칸 부부는 이후 방송 인터뷰와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는 ‘희생’이라는 단어의 뜻이 뭔지 모르고 있다”, “무대 화면에 나온 아들 사진을 보면서 견딜 수 없었는데, 트럼프는 진정 내가 발언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한 것이냐”라며 즉각 반박했다.

전장에서 숨진 군인을 예우하는 미국 문화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감싸기 어려운 발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쪽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칸과 그 부모의 희생은 언제나 존경받아야 한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트럼프를 비난했다. 경선 때부터 트럼프를 반대해온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역시 “미국 정치에서 신성시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숨진 군인의 부모를 비난하지 않는 것”이라며 “자유를 중시하는 국가에서 지도자가 되려면, 비판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사안에 대해 “트럼프의 발언은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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