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하마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웃고 있다. 오마하/AP 연합뉴스
미 공화당(7월18~21일)과 민주당(7월25일~28일)의 전당대회(전대) 이후 첫 실시된 대규모 여론조사들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최대 9%포인트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클린턴이 확실하게 판세의 우위를 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엔엔>(CNN)과 여론조사기간인 오아르시(ORC)가 지난 7월29∼31일동안 1천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현지시각) 발표한 결과를 보면, 클린턴은 52%의 지지율을 얻어 43%에 그친 트럼프에 9%포인트 앞섰다.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가 48%로 클린턴(45%)를 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클린턴은 7%포인트 상승한 반면, 트럼프는 5%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게리 존슨 자유당 후보,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까지 포함한 ‘4자 대결’에서도 클린턴은 45% 대 37%로, 트럼프에 8%포인트 우위를 보였다. 존슨과 스타인의 지지율은 각각 9%, 5%였다.
클린턴이 이처럼 선전을 보인 것은 공화당 전대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지지 거부 등으로 다소 어수선했던 반면, 민주당 전대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확실한 클린턴 지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초호화 연사의 총출동 등으로 상대적으로 뛰어난 조직력과 기획력을 보여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대 효과에 힘입어 클린턴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 함께 상승했다. 클린턴의 정책이 미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지난번 조사 때 43%에서 이번에는 48%로 올랐다. 이에 비해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40%에서 38%로 감소했다. 그러나 클린턴을 정직하고 신뢰할만하다고 답한 비율은 34%로, 양당 전당대회 전과 똑같았다. 트럼프를 정직하고 신뢰할만하다고 본 비율도 35%로, 클린턴과 수치가 엇비슷했다.
전당대회가 ‘가족 잔치’ 양상을 띤 것과 관련해 미국인들은 후보자들의 가족들이 차기 행정부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응답자의 66%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해도 자녀들이 정책 문제와 관련해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고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57%도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딸 첼시가 정책문제에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시비에스>(CBS) 뉴스가 지난 7월29∼31일 동안 등록 유권자 1천1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결과에서도 클린턴은 46%의 지지율을 기록해 39%를 기록한 트럼프를 7%포인트 앞섰다. 공화당 전대 직후 실시된 이 매체의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클린턴은 3%포인트 오르고, 트럼프는 5%포인트 내린 것이다.
또한, 버니 샌더스 지지자 가운데 73%가 “클린턴에게 투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전대 이후 버니 샌더스 지지층이 클린턴 지지로 돌아선 것이 클린턴 지지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론조사기관이 다르지만 지난 2008년 대선 때 갤럽 조사를 보면, 경선에서 패배한 클린턴 지지자들 가운데 버락 오바마 후보를 찍겠다는 비율은 9월 중순 73%, 10월 중순 79%이었으며, 선거날 은 83%(CNN 출구조사)였다. 이번 흐름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셈이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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