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9일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 유세에서 총기소유권 지자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대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뒤에 앉은 한 청중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시엔엔> 영상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이번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총으로 막아야 한다고 시사하는 발언으로 또 다시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는 9일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에서 가진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총기소유권을 보장한 헌법 조항이 위태롭게 된다며, 총기소유권 지지자들이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총기소유권을 행사해 클린턴을 저지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민주당 쪽이 반발하고 있다.
그는 “힐러리는 수정헌법 2조를 폐지하기를, 본질적으로 폐지하기를 원한다”며 “아무튼, 그가 자신들의 판사를 뽑는다면, 여러분 민초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수정헌법 2조 지지자들이 아마 있기는 할텐데,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수정헌법 2조는 총기의 소유권을 규정한 조항이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대법원에 자신을 지지하는 연방대법관을 임명해서, 이 조항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조항을 지지하는 총기소유권 지지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그가 이 발언을 할 때 청중들도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이 유세를 찍은 동영상을 보면, 당시 트럼프의 뒤에 앉아있던 한 남성은 놀라서 입을 벌린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옆의 동료를 쳐다보았다.
민주당 쪽은 즉각 트럼프가 힐러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며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클린턴의 선거책임자 러비 무크는 “트럼프가 말한 것은 위험하다. 미국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라도 폭력을 시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에릭 스왈웰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트럼프가 누군가에게 클린턴을 죽이도록 제안한 것"이라며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이 수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트위터에 "트럼프가 살해 협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의 대변인 제이슨 밀러는 “수정헌법 2조 지지자들은 놀라운 영혼을 갖고서 아주 단결되어, 큰 정치적 힘을 발휘한다”며 “올해, 그들은 기록적인 숫자가 투표할 것이고, 이는 클린턴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총기 소유 지지자들이 단합해서 투표에서 클린턴의 당선을 저지해달라는 의미이다는 것이다.
트럼프도 <폭스뉴스>와 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은 총기 권리 운동의 힘을 언급한 것 뿐이라면서 "다른 어떤 해석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주요 뉴스로 일제히 다루면서, 이는 총기 소유 지지자들의 직접적 행동을 선동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당선되면 총기소유 지지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트럼프가 제기한 것처럼 비쳤다고 보도했다.
보수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도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폭력을 선동하는 것으로 비판자들이 해석하는 즉석 연설으로 또 다른 폭풍을 야기했다고 전했다.
클린턴은 총기소유 규제 강화를 역설하고 있으나, 수정헌법 2조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