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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경합주 5곳 가운데 3곳 이겨야 백악관행

등록 2016-08-18 16:49수정 2016-08-18 21:33

조성대 교수의 미국 대선 깊이보기
(11) 양당 전당대회 이후 초기 판세 분석

트럼프, 전국 지지율과 5곳 경합주서 모두 밀려
클린턴 5곳 중 2곳만 승리하면 돼 느긋…공화당 아성 남부로 영토 확장 시도
미국 플로리다주 키시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키시미/AP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키시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키시미/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전당대회(전대)를 치른 지 한달 가량 지났다. 역사적으로 전당대회 한달 뒤 본선 초기에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전당대회 거품이 걷히고 판세가 안착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간의 초반 판세는 중요하다.

미국 대선의 판세를 이해하기 위해선 대선 제도에 대해 미리 알아둘 게 몇가지 있다. 우선, 미국의 대통령은 직접선거가 아니라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각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 수는 해당 주의 상원의원에 하원의원을 합한 수치와 같다. 여기에 추가로 수도 워싱턴에 3표가 배당된다. 따라서 선거인단 표는 전국적으로 상원 100표, 하원 435표, 워싱턴 3표 등 모두 538표가 된다. 또 각 주의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 표를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투표제도를 통해 최종 선거인단 표의 과반(270표 이상)을 획득한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가 된다.

힐러리 클린턴이 필라델피아의 민주당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이 필라델피아의 민주당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이런 선거인단 제도는 당연히 후보자들에게 선거인단 표가 많은 주에 선거운동을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캘리포니아(55표), 텍사스(38표), 뉴욕(29표), 플로리다(29표), 펜실베이니아(20표) 등이다. 반면, 노스다코타, 와이오밍 등 선거인단 표가 3표에 불과한 주들에서는 후보자의 얼굴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그런데, 실제 선거운동 과정에선 선거인단 표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지역들을 집중공략하는 건 아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정당정치가 강한 지역성을 띠면서 텃밭 지역은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민주당은 서부와 동북부에서, 공화당은 남부와 중서부에서 강한 지지기반을 구축해 왔다. 따라서 민주당 후보는 선거인단이 많이 배정됐을지라도 캘리포니아나 뉴욕에, 공화당 후보는 텍사스, 조지아(16표), 노스캐롤라이나(15표) 등에 대체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선거인단 표가 많은 편에 속하면서도, 역사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를 오갔던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18표), 미시간(16표), 버지니아(13표) 등에 집중하게 된다. 실제 2000년 대선은 플로리다가, 2004년 대선은 오하이오가 승자를 결정했다는 평가가 있다.

2016년 대선 판세를 예측하려면 이런 제도적 특성을 바탕으로 2012년 대선 결과부터 들춰봐야 한다. 2012년 당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 간의 대결에서 오바마는 선거인단 표에서 332대 206으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롬니가 얻었던 선거인단 표에 최소 64표를 추가해야 한다.

2016년 초반 판세를 일단 전국 지지율 측면에서 살펴보자. 물론,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전국 지지율이 승부를 가르는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경합주들이 전국 지지율 분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로 삼을만하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을 보면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막말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각 당 전당대회는 공화당이 7월18~22일, 민주당이 1주일 뒤인 25~29일 열었다. 이를 전후한 후보자 지지율을 보면, 양당의 전당대회 직전에 트럼프는 클린턴에 약 3%포인트 안팎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공화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따라잡기 시작해 민주당 전당대회 중간 쯤인 27일엔 1%포인트 차로 역전하기도 했다. 물론, 민주당 전당대회 효과가 드러나면서 지지율 격차는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7월 말 지지율 격차는 1%포인트에 지나지 않는 박빙이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서면서 두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점점 벌어져 현재 약 7%포인트 차이다. 트럼프의 막말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라크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무슬림 부부에 대한 비하 발언의 파장이 컸다. 지난 10일에는 오바마와 클린턴을 ‘이슬람국가’(IS)의 공동창립자이며 엠브이피(MVP)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총기소유 지지자들에게 클린턴 위해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막말 시리즈’에 대해 한 언론인은 “트럼프의 막말이 마치 올림픽 기록을 갱신하듯 하루하루 쌓이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는 끝없는 공화당 내분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실제 승부처가 되는 경합주 상황이 트럼프에게 더욱 좋지 않다는 데 있다. 트럼프가 승리하려면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버지니아 등 5곳 중 최소 3곳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2012년의 롬니 표(206)에 64표를 더해 과반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버지니아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이 주지사를 역임했고, 현재 상원의원으로 재임 중이다. 게다가 공화당원들 가운데도 ‘반 트럼프’ 성향이 강한 곳으로 꼽힌다. 트럼프가 이기기 쉽지 않다. 실제 8월10일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버지니아에서 클린턴에게 13%포인트 가량 뒤처졌다.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도 녹록하지 않다. 1992년 이후 두 주에서 공화당 후보는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그 이전 10년은 공화당의 손을 들어줘 지금도 경합주로 불리지만 이젠 민주당에 가깝다. 8월 초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두 지역 모두 거의 10%포인트 정도로 클린턴이 앞서가고 있다.

남은 곳은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뿐이다. 트럼프는 이곳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그나마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다. 두 주 모두 정치지형으로도 공화당에 불리하지 않다. 일단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다. 두 명의 상원의원 중 한 명도 공화당 소속이다.

오하이오의 경우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존 케이식 주지사가 아직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하다. 그럼에도 전당대회 직전까지 지지율 격차가 1%포인트도 안 될 만큼 박빙이었다. 그런데 트럼프의 막말 이후 2.6%포인트로 격차가 벌어졌다. 플로리다의 경우엔 공화당 전당대회 붐으로 트럼프가 클린턴을 앞서기도 했던 곳이다. 그런데 역시 트럼프 막말 파동으로 전세가 역전되고 격차가 3.6%포인트로 벌어졌다.

클린턴 입장에선 2012년 대선 결과만 놓고 보면 경합주 5곳 가운데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2곳만 지켜도 이길 수 있다. 현재로선 느긋한 편이다. 그런데 클린턴은 더 나아가 기존 공화당 텃밭이던 남부 주들을 흔드는 ‘남벌 전략’을 펼치고 있다. 클린턴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4%포인트 내외로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 심지어 공화당의 굳건한 남부 중심인 조지아도 흔들리며 클린턴이 근소하게 앞선 박빙을 보이고 있다.

초반 판세를 두루 종합하면, 클린턴은 풍부한 선택지를 갖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막말에 발목이 잡혀 선택지를 스스로 좁혀왔다고 할 수 있다. 클린턴이 플로리다에 이어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도 승리한다면 반세기 동안 미국 정치를 특징지었던 남북 간 지역 대립에 균열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트럼프의 추락이 미국 정당 재편성이라는 역설을 낳을 수도 있는 셈이다.

조성대 교수
조성대 교수
물론, 선거는 아직도 80여일이나 남았다. 다된 밥에 코 빠뜨릴 수 있는 악재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숙제가 클린턴에겐 남아있다. 국무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 사용 사건, 클린턴재단과 국무부의 유착 관계, 여전히 50%대를 넘나드는 비호감지수와 낮은 신뢰지수 등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는 뇌관으로 도사리고 있다. 트럼프가 이전투구로 덤빌 경우 예측불허의 난전이 전개될 수도 있다.

조성대/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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