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풍자하는 나체상이 세워진 18일(현지시각) 뉴욕의 유니언스퀘어에서 구경꾼들이 트럼프의 나체상을 찍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를 풍자하는 나체상이 뉴욕 등 5개 대도시에 세워져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18일 트럼프에 반대하는 미 조각가 그룹 ‘인디클라인’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클리블랜드, 시애틀 등 5개 도시에 이날 아침 나체상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실물 크기와 비슷하게 점토와 실리콘으로 제작된 나체상은 철저하게 트럼프를 조롱하고 있다. 트럼프 나체상을 보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금발머리를 하고 있으며, ‘변비에 걸린 듯’ 잔뜩 찌푸린 웃음기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트럼프는 불룩한 배 위에 두손을 모으고 있다. 피부색은 개구리 같은 파충류처럼 파란 정맥이 드러나게 묘사했다. 파충류가 비열함을 상징하기도 하기 때문에 일부러 이를 연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나체상은 남성의 상징인 고환이 없는 것으로 묘사했고, 생식기는 아래로 축쳐져 있다. 동상의 아래에는 “임금님은 고환이 없어요”라고 쓰인 명판을 달았다. 인디클라인은 “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밝혔다. 제왕처럼 권위적으로 행동하는 트럼프를 풍자하기 위한 것이다.
인디클라인의 의뢰로 나체상을 제작한 조각가 ‘진저’는 할리우드 공포 영화나 놀이동산 귀신의 집에 나오는 괴물을 주로 만드는 아티스트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소개했다. ‘진저’는 4개월에 걸쳐 나체상을 만들면서 갈수록 트럼프에게 실망하게 됐다면서, 특히 트럼프가 <뉴욕 타임스>의 장애인 기자를 비하했을 때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뉴욕의 번화가인 유니언스퀘어에 세워진 나체상은 시 당국에 의해 이날 철거됐다. 나머지 4개 도시에 세워진 나체상은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클라인 대변인은 “애초 트럼프 나체상이 30~45분가량 버틸 줄 알고 어느 도시에서 가장 먼저 파손될지 내기를 했다”며 “현재로선 ‘좌파’가 나서 지키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나체상이 가장 오래 버틸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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