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의 사우스플로리다대학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탬파/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채 9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합주인 플로리다를 차지할 경우, 대선에서 거뜬히 승리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가 여론조사기관인 서베이멍키와 8월9일~9월1일 전국 유권자 7만4000여명을 상대로 벌인 역대 최대 규모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트럼프에 비해 선거인단 확보에 매우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50개주 가운데 두 후보가 우세를 보인 주는 각각 20개주로 같았지만, 클린턴은 캘리포니아(선거인단 55명), 뉴욕(29명) 등 대형 주를 석권해 여론조사상 이미 24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트럼프는 대형 주를 클린턴에게 빼앗겨 1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클린턴이 경합주로 분류된 플로리다주(29명)에서 승리한다면,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수인 270명을 넘는 273명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 후보간 격차가 4%포인트 이내인 경합주는 총 10곳이다. 클린턴은 대표적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에서 각각 2%, 4%로 근소하게 앞선 반면, 트럼프는 대표적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꼽히는 오하이오에서 3%포인트 앞섰다. 이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으로 러스트벨트의 지지를 이끌어냈던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가 대선판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클린턴에 비해 선거인단 확보에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역대 공화당 대선 후보에 비해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의 지지세가 약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던 애리조나, 텍사스 등에서 모두 클린턴이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에게 앞서는 이변이 나왔다. 특히 38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대형 주인 텍사스주에서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1%포인트 앞섰는데, 이는 텍사스가 지난 40년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선거 유세를 위해 연단에 오른 뒤 인사하고 있다. 그린빌/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는 주 타깃층인 백인 유권자 중에서도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에서만 지지율이 높았다.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계층의 지지율만 따로 봤을 때 트럼프는 50개주 중 43개주에서 클린턴에게 앞선다. 그러나 대졸 백인 계층에서 트럼프가 앞서는 주는 19개주에 불과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승리하기 위해선 신속히 공화당 표를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만 보면 클린턴이 대선에서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이 9주나 남아 있고 그사이 지지율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도 많아 판단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클린턴과 1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전국 지지율 격차를 최근 4%포인트까지 따라잡았다. 가장 최근의 <시엔엔>(CNN) 방송 여론조사에선 트럼프의 지지율이 49%로 힐러리에게 1%포인트 앞섰고,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무당파 지지율에서도 트럼프는 49%로 클린턴(29%)을 크게 앞섰다. 특히 미 정부에 외국인의 로비 창구로 클린턴재단이 활용됐다는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고, ‘이메일 스캔들’도 대선 직전까지 클린턴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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