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7일(현지시각) 지난 2005년 버스 안에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외설적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개인적 농담이었다”며 즉각 사과했다. 트럼프가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한 노조단체 임원들과의 만남에서의 모습이다. 뉴욕/AP 연합뉴스
오늘 2차 TV 공개토론서 격돌
빌 클린턴 성추문·힐러리 월가 옹호…
트럼프 측근들, 이슈화 움직임
진흙탕 싸움 선거전 가능성 커져
음담패설 파문에 칩거하던 트럼프
‘선거전 계속하나’ 질문에 “100%” 답변
빌 클린턴 성추문·힐러리 월가 옹호…
트럼프 측근들, 이슈화 움직임
진흙탕 싸움 선거전 가능성 커져
음담패설 파문에 칩거하던 트럼프
‘선거전 계속하나’ 질문에 “100%” 답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워싱턴 포스트>가 7일 자신의 음란 대화를 폭로한 이후 24시간 동안 자신의 거처인 뉴욕 트럼프타워에 칩거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등 소수 측근만이 같이했다. 이들은 트럼프에게 사과하라고 재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결국 8일 오후 비디오 성명을 내고 사과했다.
■ 트럼프, “사퇴는 없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오후 5시 트럼프타워 1층 로비에 나타나 ‘그대로 선거전에 남아 있을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00%”라고 답했다. 트럼프 후보의 핵심 지지자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 “꿈같은 생각”(wishful thinking)이라며 일축했다. 앞서 트럼프는 <워싱턴 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내게 전화해 ‘출마 지속 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조차 말라’고 말한다. 일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라. 사람들이 나를 지지한다는 생각 외에는 없다는 게 진실이다.” 이 신문은 “트럼프는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서 자신의 렌즈로만 바라본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공화당을 여전히 단결시킬 수 있으며, 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쪽은 빌 클린턴의 성추문, 최근 공개된 클린턴 쪽의 월가 옹호 발언 등의 ‘물귀신 작전’으로 선거를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선거운동 보좌역이었던 마이클 카푸토는 “이 심각한 악재를 되받아치려면, 클린턴이 트럼프를 패대기친 그 같은 진흙탕에 클린턴 가문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8일 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빌 클린턴으로부터 20년 전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후아니타 브로드릭이라는 여성의 지난 1999년 트위터 포스트 2개를 리트위트했다.
■ 2차 TV토론, 진흙탕 싸움? 9일(한국시각 10일 오전 10시)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90분간 열리는 2차 공개토론은 클린턴 쪽으로 넘어가는 이번 대선의 분수령을 트럼프가 되돌릴 수 있을지 마지막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차 토론은 소규모 공간에서 소수의 일반인 청중들도 질의응답을 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토론에서 최대 쟁점은 역시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8일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자신의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사과하면서도 “빌 클린턴은 실제로 여성을 성폭행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희생자를 위협했다”며 “일요일 밤 토론에서 보자”고 말해 빌 클린턴의 성추문 사건을 반격 소재로 삼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트럼프 쪽이 클린턴 쪽의 여성 추문을 전면적으로 끄집어내는 것은 역효과를 부를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음란 대화 폭로로 트럼프에 대한 대중들의 인내가 바닥났다는 것이 정평이기 때문이다. 이번 2차 토론은 <시엔엔>(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와 <에이비시>(ABC) 마사 래더츠 기자가 공동진행한다.
한편, 클린턴 쪽은 정중동의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클린턴은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짧게 한마디만 했고, 선거운동 캠프는 이 문제와 관련한 공세를 자제하고 있다. 오히려 클린턴 쪽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발언 공개 직후인 7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클린턴의 삭제된 이메일을 통해 클린턴이 2014년 도이체방크 강연 등에서 “금융개혁은 업계 자체에서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월가를 옹호했다고 공개한 것에 대해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클린턴 쪽은 그 발언에 대해 “과거 발언이며, 월가에 대한 입장은 최근 비판적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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