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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궁지 몰린 트럼프, ‘빌 클린턴 여성 편력’ 들추며 물타기 전략

등록 2016-10-10 16:50수정 2016-10-10 21:53

토론 직전 ’클린턴부부’ 피해여성 4명과 기자회견
’성폭행 비디오’ 질문엔 ’사과한다’면서도 딴 얘기
클린턴은 역풍 우려 쟁정 부각 수위 조절
9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치러진 2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공화당 대선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를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세인트루이스/AFP 연합뉴스
9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치러진 2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공화당 대선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를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세인트루이스/AF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열린 미국 대선 2차 텔레비전 토론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성 편력을 들추며 ‘진흙탕 물귀신 작전’을 펼칠지 여부였다. 아내로서 남편의 섹스 스캔들을 지켜보며 고통을 겪었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가장 아픈 개인사를 들춰내는 것은 ‘성폭행 비디오’로 수렁에 빠진 트럼프 입장에선 가장 효과적인 물타기 전략이지만, 일종의 ‘금지선’을 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트럼프의 ‘잔인한’ 공격 전략이 드러난 건 토론 시작 1시간 전이었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4명의 여성들과 함께 이날 오후 8시 토론장 근처인 세인트루이스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지어 이들 여성들이 관중석에 앉아 토론을 지켜보도록 했다. 클린턴을 흔들기 위한 심리전이기도 하다.

두 후보의 모두발언 뒤 사회자인 앤더스 쿠퍼 <시엔엔>(CNN) 앵커가 ‘트럼프 비디오’ 관련 내용을 질문하자, 트럼프는 “가족들과 미국인들에게 사과한다”면서도 “탈의실에서나 주고받을 개인적 농담”이라며 얼른 주제를 바꾸려했다. 그는 곧이어 “이슬람국가(IS)가 참수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테러리즘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했다. 쿠퍼가 이를 제지하고 계속 ‘비디오’ 문제를 추궁하자 트럼프는 “나보다 여성을 더 존중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다시 “나는 미국을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 여전히 딴소리를 했다.

‘성폭행 비디오’에 대한 클린턴의 공격은 그리 세지 않았다. 클린턴은 “지난 6월에 내가 얘기했듯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총사령관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비디오 내용을 들은 사람이라면 트럼프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봤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를 지나치게 밀어부칠 경우 자칫 역풍이 불 수 있고, 트럼프의 ‘물귀신 작전’에 휘말려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클린턴의 ‘점잖은’ 한 마디에도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 반론권을 달라며 빌 클린턴에 대한 공격을 꺼내들었다. 트럼프는 “빌은 더 나쁘다. 나는 말만 했지만, 빌은 행동으로 했다. 빌은 여성을 학대했다. (힐러리) 클린턴은 그런 여성들을 악의적으로 공격했다. 그들 중 4명이 이자리에 왔다”며 ‘금기’를 꺼내들었다. 클린턴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했던 발언을 인용해 “그들이 저급하게 가지만, 우리는 고상하게 가겠다”며 맞대응 자체를 피했다.

트럼프는 또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야한다”며 “대통령이 되면 특별검사를 통해 수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클린턴을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외치긴 했지만,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직접 이런 언급을 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감옥 얘기가 나오자 침착하던 클린턴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불리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엉뚱한 얘기를 하는 트럼프의 토론 전략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트럼프가 1차 토론을 망친 뒤인 지난 30일 새벽, 미스 유니버스였던 알리시아 마샤도와 클린턴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을 잇따라 트위터로 올린 것에 대해 사회자가 ‘그게 지도자의 자제력이냐’고 묻자, 트럼프는 “트위터는 현대의 통신수단이 됐다. 나는 2500만명(의 팔로어)을 갖고 있다. 트위터는 정말 효과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옆길로 샜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가 “1차 토론 때보다는 활력이 있었다”면서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사건에 연관된 여성 4명을 동원한 것이나, 대통령에 당선되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은 패착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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