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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의 음담패설, 여성들은 분노했다

등록 2016-10-12 10:05수정 2016-10-12 10:17

SNS 통해 자신의 성폭행 경험 드러내
“트럼프 발언은 명백한 범죄”

10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베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윌크스베리/AFP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베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윌크스베리/AFP 연합뉴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7일(현지시각)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음담패설’ 영상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2005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트럼프가 잠시 쉬는 시간을 찍은 영상을 보면, 트럼프는 함께 촬영한 사회자에게 “결혼한 여성에게 접근했는데 실패해서, 더 세게 밀어붙였다”, “스타는 미인들이 뭐든지 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 여성의 성기를 잡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등의 저속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후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주류 인사들이 줄줄이 트럼프 지지를 철회하거나 비난하고 나섰고, 비디오 공개 뒤 치러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트럼프 후보에 비교해 크게는 11%포인트 정도 앞서는 등 지지율 격차를 벌렸습니다.

지난 9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치러진 텔레비전 토론에서 트럼프는 이번 영상을 두고 “단지 라커룸(탈의실) 안에서 했던 얘기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에 분노한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성폭행 경험들을 공유하며 트럼프의 발언이 명백한 성폭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영상이 공개된 7일 저녁, 캐나다 출신 작가인 켈리 옥스퍼드는 다음과 같은 트위트를 올렸습니다.

켈리: 여성분들. 처음 당한 (성)폭행을 트위트로 알려주세요. 제가 먼저 말씀드리자면, “버스를 탔는데, 한 나이 많은 남성이 저의 성기를 잡더니 날 보며 웃었습니다. 전 단지 12살이었어요.”

이후 많은 여성들이 옥스퍼드의 트위트에 공감하며 ‘notokay’(안 괜찮음)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에밀리: 자세히 말하진 않겠지만, 나 역시 12살이었어요. 그는 감옥에 갔습니다.

웬디: 엄마와 함께 플로리다에 있는 백화점에 있었어요. 엄마와 잠깐 떨어져 있었는데, 한 남자가 걸어오더니 제 성기를 만졌어요. 전 단지 11살이었습니다.

다이앤: 유치원에 다닐 때, 친할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키바: 내가 13살 때, 아버지의 친구가 저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1년 후에, 제 친구의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어요.

트럼프의 발언에 분노한 여성들의 경험담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여성 인권 단체인 ‘제3물결 재단’의 에이미 리차드 대표는 “여성들은 단순히 도널드 트럼프를 향해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도널드 트럼프들에게 분노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여성들의 삶에서 매우 익숙한 경험이자 범죄라는 것이죠. 트럼프가 이번 논란을 수습하고 다시 경쟁력 있는 후보로 일어설 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발언 ‘덕분에’ 그간 억눌렸던 여성들이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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