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잇단 폭로에 “지어낸 이야기”
공화 주류엔 “사악한 음모” 적대감
공화 주류엔 “사악한 음모” 적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끝없이 터져나오는 과거 성추행 주장을 ‘지어낸 이야기’라고 반박하며 좌충우돌 행보를 보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뿐 아니라 공화당 내 비판세력에 대해선 “사악한 음모가 진행 중”이라며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뉴욕 타임스>는 12일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 2명의 인터뷰를 실었다. 제시카 리즈(74)라는 여성은 36년 전 뉴욕행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초면의 트럼프가 인사를 나눈 지 얼마 안 돼 “좌석 팔걸이를 젖혀 올리고 가슴을 움켜쥐었으며, 치마 속으로 손을 넣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리즈는 “그는 마치 문어 같았다. (내 몸의) 모든 곳에 그의 손이 뻗쳤다”며 “성폭행이었다”고 말했다.
레이철 크룩스(33)라는 여성은 22살이던 2005년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입주한 뉴욕 트럼프타워 빌딩에서 트럼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어느날 아침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연히 트럼프를 만나 인사를 하자, 트럼프가 대뜸 뺨에 입을 맞춘 데 이어 “곧장 내 입에 키스를 했다”는 것이다. 크룩스는 “그가 나를 하찮게 봤다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났다”고 돌이켰다. 리즈와 크룩스는 그러나 당시만 해도 여성들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그저 가까운 지인 몇몇에게만 끔찍한 경험을 털어놓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쪽은 즉각 반박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기사 전체가 소설”이라며 “말을 맞춘 트럼프 암살자들의 이야기를 싣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2001년 미스 애리조나 출신인 타샤 딕슨도 이날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미스 틴 유에스에이(USA)’ 대회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느라 거의 벌거벗은 상태인데도 트럼프가 탈의실에 불쑥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우리들더러 자신에게 알랑거려보라거나, 걸어와 보라거나, 환심을 사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잇따른 성추행 주장에 아랑곳없이 거친 표현으로 클린턴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그는 12일 플로리다주 오캘라에서 한 유세에서 “법무부가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사용을 눈감을 경우, 사법사상 최악의 실패가 될 것”이라며, 자신이 당선할 경우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이날 유세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공화당 주류에 대해서도 “아주 사악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난 그걸 반드시 밝힐 것”이라며 앙심을 드러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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