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네바다주 라스베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라스베거스/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외설 언행, 클린턴은 이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외설적인 언행에 거듭 발목이 잡히고 있는 반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메일로 자꾸 옷자락이 잡히고 있다. 국무부 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 사용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상황에서 자신과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의 해킹된 이메일들이 대선 승리 길목의 방해물이 되고 있다.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폭로한 5336건의 이메일을 놓고, 외설 언행 추문에 시달리는 트럼프 쪽이 반격 소재로 삼고 있다. 트럼프는 13일 플로리다 오캘라의 유세에서 폭로된 이메일들에 대해 “11월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얼마나 부정직하고 망가졌는지 더 명확해졌다”고 공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2일 플로리다 레이크랜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레이크랜드/AFP 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쪽은 법무부가 클린턴의 국무부 장관 시절의 개인 이메일 공개 시점에 관한 정보를 클린턴 진영에 미리 알려주는 등 클린턴 선거진영과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부적절하게 내부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전국위 임시의장인 도나 브러질이 <시엔엔>(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 자신의 질문을 미리 클린턴에게 알려줬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폭로된 이메일 내용들은 클린턴 선거진영의 내부 논의들로 판세에 큰 영향을 줄 결정적인 불법 의혹들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겉 다르고 속 다른’ 정치판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어서, 클린턴의 부정직하고 위선적이라는 이미지는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양날의 칼이다. 이메일 해킹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고, 러시아와 트럼프 쪽의 공모설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또 결정적인 내용이 없어 부동층, 특히 여성을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트럼프 지지층 결집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클린턴 캠프의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은 12일 러시아가 이메일 폭로를 트럼프 쪽에 미리 알려준 정황이 있다며,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하는 것은 전례없는 중요한 국가안보 문제라고 역공에 나섰다. 앞서 미 국가정보국장과 국토안보부는 지난 7일 공동성명을 통해 앞서 민주당 전국위 해킹 등이 러시아 정부 소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클린턴 쪽은 러시아 쪽의 트럼프 편들기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해커들이 폭로한 본질로부터 미국 국민들의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는 사람(클린턴 쪽)에 의해 이런 히스테리가 만들어졌다”며 러시아는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고 반박하는 등 미 대선전이 미-러 외교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시엔엔>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해킹 혐의를 일축하면서, 트럼프의 외설 발언에 대해 질문받자, “양쪽 모두 ‘고양이’(트럼프가 여성 성기를 지칭한 속어)가 있다”고 말해, 대선 후보진영의 성 스캔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