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결과 승복? 그때 가서 보자”…대선 불복 시사 파문

3차 TV토론서 사회자 질문에 불복 가능성 내비쳐
클린턴 “이건 민주주의 작동하는 방식 아냐” 비판
규칙·절차 중시하는 미국문화 견줘 파장 클 듯
클린턴 두고 “정말 추잡한 여자” 막말도

19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대선 후보간 3차 텔레비전 토론이 끝난 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걸어 나가는 모습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탐탁치않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19일(현지시각) 열린 3차 텔레비전(티브이) 토론 과정에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강하게 내비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오후 9시(미국 동부시각 기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 후보간 티브이 토론에서,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때 가서 보자“며 “계속 애을 태우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언론은 매우 부정직하고 부패해 있다. 언론들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해악을 끼쳐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들어 부쩍 언론과 사정기관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다며 “선거가 왜곡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기 위한 명분쌓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그는 또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거론하며 “클린턴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선거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도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이에 대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 근간이라며, “트럼프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웃기는 일이다. 정말 괴로운 일이다. 이것은 미국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사회가 기본적으로 ‘규칙과 절차’에 기반해 운영되는 문화를 표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발언은 유권자들한테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보수적인 층일수록 절차를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트럼프의 발언이 전통적인 공화당원에 대해 반감을 초래할 수 있어 보인다.

또한, 트럼프는 클린턴이 사회보장세와 관련한 발언을 계속 이어가자 분을 참지 못한 듯 클린턴의 말 중간에 끼어들며 “정말 추잡한 여자”(nasty woman)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가뜩이나 트럼프에 마뜩치 않아하는 여성 유권자들의 표를 더욱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