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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추잡한 여자”-클린턴 “쇼 프로그램이나 한 주제에”

등록 2016-10-20 14:39수정 2016-10-20 16:20

총기소유·낙태·대외정책·경제정책 두고 대립
1·2차 토론과는 달리 서로 악수조차 나누지 않아
19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대선 후보간 3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열린 대선 후보간 3차 텔레비전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정말 추잡한 여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 후보.”(힐러리 클린턴)

무대에 나선 두 대선 후보는 날선 단어로 서로를 비난했으나, 가장 ‘추잡’하면서도 ‘위험’했던 것은 다름 아닌 토론의 내용이었다. 19일(현지시각) 밤 9시, 미국 역사상 30번째 ‘텔레비전’(티브이) 대선 토론이자 대선을 20일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3차 토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서로에 대한 비난과 폄훼로 토론 무대를 달궜다.

토론에 앞서 트럼프가 공개한 토론 초청인사의 면면은 3차 토론 역시 서로에 대한 비방전으로 치달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한다고 밝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복형 말리크 오바마와, 보수 정치인이자 트럼프와 비슷하게 막말로도 유명한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토론회에 초대했다. 불법 이민자로 인해 아이를 잃은 부모 네 명도 초대해 이민자 이슈에 대해서도 더욱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토론 초반, 두 후보는 지난 9일 치러진 2차 토론이 역대 ‘최악의 토론’이었다는 여론의 뭇매를 의식한 듯 차분하게 토론을 이어나갔다. 연방대법관 임명 문제에 대해 트럼프는 “정의를 지키기 위해, 총기 소유 권리를 명문화한 수정헌법 2조를 지지하는 대법원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반면, 클린턴은 “수정헌법 2조를 존중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미국에서 1년에 3만3000여명이 총기 사고로 죽는다는 통계를 전하며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총기 소유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임신중절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렸다. 트럼프는 낙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각 주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기존의 연방대법원 판례를 전면 부정했다. 반면, 클린턴은 “낙태는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이며, 정부가 이에 대해 규제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차 토론과 비슷하게 두 후보는 이민자 문제, 경제 정책, 시리아 내전 해결 방안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상대방을 극단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각 이슈별로 정책을 제시할 때마다 “(정치 활동을 한) 30년 동안 왜 그것들을 하지 않았느냐?”라고 비꼬았고, 클린턴은 이에 대해 “내가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일할 때, 트럼프는 아버지에게 돈을 물려 받아 건물을 지었다. 내가 상황실에 앉아서 오사마 빈 라덴 체포작전을 지휘할 때, 트럼프는 ‘어프렌티스’와 같은 쇼 프로그램이나 진행하고 있었다”며 트럼프와 자신의 경험을 비교했다.

토론에서 트럼프는 감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강력한 이민 규제를 뼈대로 한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일본과 독일,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전통 우방국들을 거론하며 “이들은 그만큼의 방위비 분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의료개혁 프로그램인 오바마 케어에 대해서는 ‘재앙적’이라 밝히며 다른 의료 보장 프로그램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클린턴은 대부분의 이슈에서 트럼프의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클린턴은 “미국은 아시아나 유럽, 중동의 동맹국들과 함께 평화를 지켜왔다”고 강조하며, 트럼프의 주장은 안보만 약화시키는 꼴이라 비판했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은 국가부채만 늘리는 시도라 비판하며 연 소득 25만달러 이상으로만 납세 비율을 높여 조세 형평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잇따른 성추문에 대해서는 “트럼프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성희롱을 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다’라는 말만 늘어놓으며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보수적 채널로 잘 알려진 <폭스 뉴스>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선 토론 진행을 맡은 크리스 월러스 앵커는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토론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월러스 앵커는 트럼프에게 지난 2차 토론 당시 이목이 집중됐던 ‘음담패설 비디오’를 거론하며 “당신이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클린턴에게는 그간의 토론에서 제대로 회자되지 않았던 ‘클린턴 재단’ 논란이나 위키리크스 폭로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 월러스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고맙다”(Thank you)고 말하며 맞장구치기도 했다.

두 후보는 토론이 시작된 뒤 무대에 등장해 바로 자신의 자리로 향했고, 토론이 끝난 뒤에도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1차 토론과 2차 토론에서 각각 2번, 1번 했던 악수조차 나누지 않았다. 악수 횟수가 줄어들수록,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의 수위는 점점 높아진 형국이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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