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가 예정되어있는 플로리다주 샌포드의 올랜도 샌포드 국제공항에서 지지자들이 모여 트럼프의 이름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샌포드/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는 공화당의 아성이다. 197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 후보가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후보를 51.1% 대 48.0%로 신승한 이후, 40년간 민주당 후보가 이곳에서 이긴 적이 없었다. 그런 텍사스에 ‘이상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폭스 뉴스> 등은 조기투표 첫날인 24일 인구밀집 지역의 카운티에서 투표율이 신기록을 갱신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엘파소 카운티의 경우, 첫날 조기투표자만 1만9천명을 기록해, 이전 기록인 8천명을 배 이상 넘어섰다. 엘파소 도서관에서 투표를 하고 나온 선샤인 카스트로는 “줄이 길게 늘어서 모두 놀랐다. 전에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래비스 카운티에서도 이날 하루만 4만8086명이 투표해 지난 2012년의 2만935명을 배 이상 넘어섰다. 이밖에 해리스 카운티(6만7471명), 댈러스 카운티(5만8천명) 등 유권자가 많은 다른 카운티의 조기 투표율도 4년 전을 훨씬 웃돌았다.
텍사스의 조기투표 과열 양상은 텍사스주 선거가 박빙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라이스대학의 정치학자인 마크 존스는 <케라>(KERA) 방송에서 “이번 대선은 치열하면서 극단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투표 날까지 참을 수 없던 유권자들이 조기투표 첫날 몰려나온 것 같다”고 풀이했다.
정치전문 매체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의 최근 5개 여론조사 평균치를 보면, 텍사스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4.8%포인트까지 따라붙었다. 4년 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민주당)이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15.8%포인트 차이로 크게 진 것과 견줘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폭스 뉴스>는 엘파소 등 민주당 성향이 강한 지역의 조기투표율이 높다고 보도했다.
엘파소 카운티의 민주당 의장인 리아나 홀귄은 “텍사스는 분명 경합주로 돌아섰다. 올해는 텍사스가 블루(민주당)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밥 페나 공화당원은 “10년 동안 투표하지 않던 사람들이 투표등록이 아직도 유효한지 (우리 쪽에) 묻는 전화가 오고 있다”며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트럼프 지지자들 때문에 조기 투표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텍사스는 선거인단이 38명으로 캘리포니아(55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곳이어서 공화당이 텍사스를 잃는다면 사실상 선거는 끝났다고 봐야한다. 게다가 조지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 출신이라는 점 등 텍사스가 갖는 상징성을 생각할 때, 만일 ‘텍사스 패배’가 현실화된다면 공화당에는 치명상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라이스대학 베이커연구소의 정치학 연구원인 마크 존스는 “올해는 어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텍사스에서 클린턴의 승리는 여전히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25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 시리아 내전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 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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