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사진) 연방수사국(FBI) 국장.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수사와 관련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는 발표에 대해 법무부는 강하게 반대했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이 의회에 이를 통보하는 편지를 보내기 하루 전인 지난 27일 상급기관인 법무부는 이 조처가 ‘범죄 수사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연방수사국의 랜 전통을 깨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법무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코미 국장의 조처가 이례적이라며,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공화당원을 포함한 전·현직 연방수사국 관리들로부터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미 스스로 인정하듯 새롭게 발견된 클린턴의 측근 후마 에버딘의 남편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음란 문자 메시지 내용이 클린턴의 이메일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아직 알 수 없는데다, 이때문에 클린턴의 이메일 사건 수사가 재개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열흘 안으로 다가온 대선에만 영향을 미치고, 변죽만 울리고 말 수 있다는 것이다.
코미가 다소 성급해 보이는 이런 조처를 취한 데에는 클린턴 이메일 사건 수사에 대한 코미의 곤궁한 처지와 관련이 있다. 코미는 올해 여름 의회에서 클린턴의 이메일 사건과 관련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며 사건을 종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만약 새로운 내용들이 나온다면 자신이 선거에 앞서 의회와 국민들을 오도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때문에 이번 조처는 선거 이후 자신과 연방수사국의 입지에 대한 ‘보험’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코미 개인의 정치적 입지와도 관련이 있다. 공화당원 출신인 그는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부 부장관을 지냈다. 앞서 코미는 클린턴 가문과 관련된 수사들인 화이트 워터 사건, 석유왕 마크 리치 사면 사건 수사를 담당하기도 했다. 정파에 휘둘리지 않는 원칙있는 검사 출신이라는 평을 받았다. 따라서 코미로선 클린턴 이메일 사건과 관련된 전개를 그대로 공개하는 게 정치적 오해를 피하는 조처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법무부 등 법조계 안팎과 정치권에선 코미 자신의 정치적 면책을 위한 편파 조처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