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미국 뉴욕 웨스트체스터 공항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그의 비서인 후마 애버딘(왼쪽)이 전용기 안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2013년 7월, 힐러리 클린턴의 최측근 비서인 후마 애버딘의 남편 앤서니 위너 민주당 뉴욕시장 예비후보가 한 여성과 외설스러운 사진과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섹스팅’ 논란이 불거졌다. 며칠 뒤 기자회견장에 나선 위너는 자신의 섹스팅 사실을 모두 인정했으며, 옆자리에 앉은 아내 후마 애버딘은 눈물을 흘리며 “위너를 용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위너 부부의 기자회견이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 추문을 상기시킨다는 여론이 일었고, 언론은 연일 클린턴 부부와 위너 부부를 비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클린턴 부부는 이런 언론 보도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내보이며 위너가 뉴욕시장 후보직에서 사퇴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8일 위너의 섹스팅 사건을 수사하던 중 노트북 컴퓨터를 분석하던 과정에서, 전 아내인 애버딘의 업무 이메일을 무더기로 발견했다며 ‘이메일 스캔들’을 추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클린턴의 수양딸, 최측근 수행비서, 그림자 실세, 문고리 권력… 지난 20여년간 클린턴 옆에서 일해온 애버딘과 그의 전 남편이 대선 막판 악재로 떠오른 모양새다.
애버딘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클린턴의 국무장관 재직시절 비서로 일했던 애버딘이 사설 컨설팅 업체인 ‘테네오’ 자문관 등 4가지 일을 겸직한 것이 공무원 겸직을 금지하는 ‘이해충돌 금지 의무’에 저촉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또 올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 과정에서 공개된 메일을 토대로, 애버딘은 클린턴재단을 통해 해외 정부와 기업 등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받으며 이들의 청탁을 받아준 핵심 고리로 떠오르기도 했다.
미국 정계에서는 클린턴과 애버딘이 각자의 남편보다 둘이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연방수사국의 이메일 스캔들 추가 수사 방침이 보도된 28일 <뉴욕 타임스>는 클린턴 캠프 내부에서 당분간은 애버딘과 거리두기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클린턴 캠프의 비서실 차장으로 대부분의 유세 일정에 동행했던 애버딘은 29일 플로리다 유세에 동행하지 않았다.
파키스탄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애버딘은 1996년 대학생 신분으로 백악관 인턴으로 일하면서 클린턴을 처음 만났으며, 그후 20여년간 순방 수석참모, 상급 고문, 비서실 차장 등을 지내면서 클린턴의 일정을 관리할 뿐 아니라, 연설문까지 검토하는 핵심인사다. 클린턴은 한때 인터뷰에서 그를 “또 하나의 딸”로 부를 정도로 아꼈다. 올해 8월, 애버딘은 위너의 3번째 섹스팅 스캔들이 불거지자 이혼을 공식 발표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