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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버릇 못고치나…FBI, 미국 대선 개입 논란

등록 2016-10-31 17:02수정 2016-10-31 22:18

클린턴 이메일 수사 재개에 ‘선거개입’ 비판
제임스 코미 국장 “FBI의 독립적 수사일뿐”
에드가 후버의 정치개입 흑역사 재연 우려도
30일 미국 플로리다 폼파노비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폼파노비치/AFP 연합뉴스
30일 미국 플로리다 폼파노비치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폼파노비치/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대통령 선거 개입 논란이 번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연방수사국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개인 이메일 계정 사건을 재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민주당 등에서 연방수사국의 대선 개입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30일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장에게 편지를 보내 재수사 방침을 결정한 그가 선거에 대해 연방수사국의 영향력 행사 금지를 규정한 ‘해치 법’을 위반함으로써 “그 법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리드 대표는 “나는 과거에 당신의 지지자였다”며 “공화당이 당신의 연방수사국장 지명을 방해하고 그 어느 후보자보다도 인준을 지연시킬 때 나는 당신이 원칙 있는 공직자라고 믿어서 인준을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리드 대표는 “아주 유감스럽게도, 나는 지금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연방수사국의 이중잣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혐의가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컴퓨터 해킹과 이를 이용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진영의 관계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클린턴 선거운동 진영도 코미 국장 때리기에 나섰다.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은 “선택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코미 국장은 당파적 인사들이 정치적 피해를 최대한으로 가할 수 있게 왜곡하고 과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9월27일 미 연방 하원에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출석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 9월27일 미 연방 하원에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출석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코미 국장은 지난 25일 의회에 서한을 보내, 클린턴 후보의 최측근 수행비서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컴퓨터에서 발견한 이메일들이 클린턴의 개인 계정 이메일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수사 재개 방침을 시사했다. 그 이후 연방수사국은 위너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애버딘의 이메일을 수사하기 위해 이메일 수색을 위한 영장을 확보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클린턴 이메일 사건에 대해 재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민주당과 클린턴 진영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는 것은 연방수사국의 조처가 선거 판세에 심상치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발표된 <에이비시> 방송과 <워싱턴 포스트>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대 트럼프의 지지도는 46% 대 45%로 격차가 줄었다. 일주일 전 같은 여론조사에서 12%포인트나 벌어졌었다. 연방수사국의 조처가 이번 대선의 당락을 뒤바꿀 정도의 위력까지는 없는 것으로 평가되나, 의회 선거에는 심각한 영향을 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상원에서는 공화당으로부터 다수당 지위를 빼앗고, 하원에서는 의석 격차를 줄이려 했다. 공화당 쪽은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민주당 행정부 견제를 위한 공화당의 의회 지배 강화를 전략적 목표로 내걸고 있다. 클린턴의 이메일 사건 재부상은 그 좋은 명분이 되고 있다.

연방수사국의 상급기관인 법무부도 코미가 의회에 서한을 보내기 전날에 이를 강력히 반대했다. 법조계나 심지어 공화당 쪽에서도 코미의 조처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클린턴 이메일 사건의 수사 종료를 선언했던 코미가 안팎의 비난과 저항에 아랑곳없이 재수사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공화당원이나 비당파적 행보를 해온 코미가 연방수사국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가감없이 사건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는 해석이 있다. 그는 연방수사국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지난 7월 의회에서 선서하고 사건 종결을 선언한 이후 의원들에게 이 사건의 진행을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황이 ‘비상’한데다, 새로 발견된 이메일들이 언론에 누설될 우려가 있다고 느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또 선거에 민감한 정보들을 취급하는 법무부의 정책은 ‘지침’일 뿐이지, 절대적인 규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건 진행을 그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결국 연방수사국이 클린턴의 당선을 돕기 위해 은폐했다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않다. 문제의 이메일들은 이미 10월초에 발견됐고, 공개를 하려면 그때 했어야 하는데 시간을 끌다가 선거에 임박해 공개한 것은 저의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법무부나 법조계에서는 코미의 의도가 순수해도, 그 절차는 법무부 규정을 어겼고 그 결과는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크다. 임기 10년의 코미가 대선 이후에도 자신과 연방수사국의 입지를 위해 정치권에 고리를 걸어두려는 의도라고 민주당 쪽은 보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수사기관인 연방수사국은 1930년대 창설된 이후 1970년대초까지 정치에 막강한 영향을 준 역사를 지니고 있다. 전설적인 국장 에드가 후버가 1972년 사망할 때까지 48년간이나 재직하면서 국가안보와 공산주의자 색출을 명분으로 대부분의 중요 인물들을 사찰한 파일을 가지고 정치권에 개입했다. ‘후버 파일’이라고 불린 이 사찰 정보로 후버 국장은 ‘밤의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었고, 역대 대통령들도 그를 경질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사망할 때까지 연방수사국장을 지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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