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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끝없는 클린턴 부부 스캔들로 ‘클린턴 증후’ 정착

등록 2016-11-01 17:13수정 2016-11-01 20:53

클린턴 부부에 대한 병적인 증오가 미국 사회에 정착
60년대 히피와 80년대 여피 세대에 대한 기존 세대의 증오
클린턴 부부 혐오는 일종의 문화 전쟁
지난달 1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선 후보간 3차 텔레비전토론회를 마친 뒤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빌 클린턴(왼쪽)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지난달 1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선 후보간 3차 텔레비전토론회를 마친 뒤 힐러리 클린턴(오른쪽) 민주당 대선 후보와 빌 클린턴(왼쪽)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개인 이메일 계정 사용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클린턴 부부에 대한 미국 사회의 애증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클린턴 부부는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 사회와 정치권에서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 사랑도 받지만, 그보다는 끊임없는 스캔들로 조명을 받는 혐오의 대상으로도 정착했다. 이에 ‘클린턴 증’ 혹은 ‘클린턴 증후’라는 뜻의 ‘클린티퍼시’(Clintipathy)라는 단어가 미국 사회와 정치권을 설명하는 한 키워드로 정착했다.

대선에 임박해 연방수사국이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함에 따라, ‘클린티퍼시’란 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클린턴 시대의 미국 사회를 연구하는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길 트로이 교수는 주간 <타임>에 ‘클린티퍼시: 클린턴 부부에 대한 병적인 증오’라는 기고에서 클린턴 부부에 대한 혐오는 미국 사회가 변화 앞에서 겪는 세대 및 문화 전쟁의 일환이라고 진단했다.

클린턴 부부는 정치권에서 유력인사가 된 1990년대 이후부터 줄곧 클린티퍼시라고 불리는 것에 직면했는데, 이는 60년대 히피 세대와 80년대 여피 세대의 상징인 그들에 대한 병적인 증오라고 트로이 교수는 지적했다. 즉, 클린턴 부부로 상징되는 60년대 사회참여적인 반전 세대와 80년대의 자유주의적 개인주의 세대에 대한 기존 미국 사회의 보수 엘리트 및 중하류층 백인들의 거부라는 것이다.

클린턴 부부는 60년대 반전 운동으로 사회참여를 했고, 80년대에는 자유주의적 전문직업인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이들 부부가 유력 정치인이 되는 기반이 됐다. 클린턴 부부는 자신의 세대와 함께 미국을 더 개방적이고, 평등하고, 자유주의적으로 만드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이로부터 큰 개인적 성취를 누렸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그런 변화에서 탈락한 보수 엘리트 및 중하류층 백인들에게 클린턴 부부는 문화혁명적인 극단분자로 자리매김됐다. 특히, 구시대적 성차별주의가 이런 문화충돌과 복합됐다.

클린턴 부부는 빌 클린턴의 제니퍼 플라워스 및 폴라 존스와의 섹스 스캔들로 시작해, 부동산 개발 비리 혐의인 화이터워터 사건,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백악관 고문인 빈스 포스터 자살 사건, 여행경비 은폐 의혹과 관련자 해임 사건, 힐러리 클린턴의 변호사 비용 의혹인 로즈펌 사건, 중국 및 인도네시아 정치자금 사건, 빌 클린턴의 모니카 르윈스키 섹스 스캔들과 탄핵 사태, 클린턴재단 의혹 사건 등 헤아릴 수 없는 스캔들을 겪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 출마하면서는, 그의 국무장관 시절 리비아 벵가지 주재 대사관 습격 사건과 개인 이메일 계정 사건이 아직도 아킬레스 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클린턴 부부의 이런 끝없는 스캔들과 그들 부부에 대한 혐오는 한편으로는 타당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성차별주의적이고 불공정하다고 트로이 교수는 평가했다. 이들 부부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분명 실수를 저질렀고 이를 감추려 한 점에서는 그들 부부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나, 불공정한 이중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정치인이라면 문제가 안 될 사안들이 이들 부부에게는 큰 도덕적 결함이나 사법적 대상으로 추적됐고, 미국의 보수 세대와 계층들의 ‘클린턴 때리기’로 정착됐다.

클린턴 부부가 이런 스캔들 홍수 속에서도 정치적으로 생존하고, 더 나아가 최초의 부부 대통령을 눈 앞에 둔 현실은 ‘클린티퍼시’의 양면을 보여준다. 이들 부부에 대한 혐오만큼이나 지지도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사회가 클린턴 부부를 사이에 둔 계층, 세대, 이념, 문화 전쟁이 아직도 격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지적이다.

연방수사국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로 클린턴은 이번 대선에 당선되어 대통령에 취임해도 그의 남편 빌 클린턴처럼 재임 내내 수사기관과 언론들로부터 시달릴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예측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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