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각) 미국 켄터키주 대선 유세에 나선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전용기에서 핼러윈 마스크를 들고 참모들과 농담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얼랭어/AP 연합뉴스
오는 8일(현지시각)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 유보적이던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있다. 아직까진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누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미국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하지만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 등으로 클린턴이 흔들리고 트럼프가 맹추격하는 양상은 분명하다.
미 정치 전문매체인 <리얼클리어 폴리틱스>는 31일, 클린턴이 전체 선거인단 538표 가운데 현재 263표, 트럼프는 164표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합 중인 선거인단은 111표로 예상했다. 미국 대선 방식은 주에서 1위를 기록한 대선 후보에게 해당 주의 선거인단 표를 전부 배정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고, 과반인 270표 이상을 얻는 후보가 당선된다. 클린턴은 <리얼클리어 폴리틱스>가 경합주로 분류한 9곳 가운데 1~2개 주에서만 승리하면 과반을 달성할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는 모든 경합주를 다 이겨야 과반을 넘을 수 있다. 트럼프가 막판 분전을 하고 있지만, 역전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대선 이후 안정적인 집권 환경을 구축하고 트럼프의 ‘선거 조작’ 시비를 벗어나기 위해 압도적 승리를 목표로 하는 클린턴에게, 최근 몇몇 경합주의 지지율 격차 축소와 역전 현상은 초조함을 심어준다. 클린턴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은 플로리다(선거인단 29표)를 트럼프에게 내준 것이다. <리얼클리어 폴리틱스>가 각종 여론조사를 평균해 낸 지지율을 보면, 클린턴은 플로리다에서 4%포인트쯤 앞서다가 30일 동률, 31일 0.5%포인트 역전을 기록했다. 플로리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0.9%포인트, 2008년 2.8%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곳이다. 박빙 승부였지만 어쨌든 민주당 우위의 씨를 뿌려놓은 곳이다. 또 올랜도나 탬파 등 플로리다 중부지역에 젊은 인구가 많이 유입되고 있고, 민주당 지지 성향인 푸에르토리코인들도 플로리다로 대거 유입됐다. 토양은 더 나아졌는데도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수적 성향의 ‘디프사우스’(Deep South)에 가까운 플로리다 북쪽 지역 백인 유권자들이 공화당 깃발 아래 뭉치고 있는 데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8일 대선에서 플로리다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플로리다 등록 유권자들의 15.6%를 차지하고 있는 히스패닉 인구의 조기투표율이 2012년 대선에 견줘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와 히스패닉 비하 발언에 대한 반감 탓이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31일(현지시각) 미시간주 워런 유세에서 연설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런/AP 연합뉴스
이와 함께 오하이오주(선거인단 18표)는 10월 중순 이후 트럼프가 1~2%포인트 정도 앞서고 있다. 2012년 선거와 2008년 선거에서 오바마가 모두 이겼지만, 현재까진 힐러리가 대표적인 쇠락 산업지대인 ‘러스트벨트’ 오하이오주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선거 예측기관들이 오하이오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고하고 있다.
클린턴이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모두 패하더라도 노스캐롤라이나주(15표)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 과반을 얻을 수 있다. 트럼프 입장에선 다른 모든 경합주에서도 이겨야 하지만, 특히 비교적 선거인단 표가 많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패할 경우 사실상 결론이 난다.
노스캐롤라이나는 경합주로 분류돼 있긴 하지만 10월 초 이후 클린턴이 안정적으로 3%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다. 클린턴이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패배에 대비해 노스캐롤라이나를 ‘제2 저지선’으로 삼고 자금과 조직력을 총동원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했지만 첨단 정보통신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데, 클린턴 진영은 인구학적 변화에 주목해 오래전부터 투자를 해왔다.
설령 클린턴이 플로리다, 오하이오에 이어 노스캐롤라이나까지 패한다 하더라도 트럼프가 이기기는 그래도 힘들다. 클린턴은 경합주로 분류된 콜로라도(9표)를 ‘제3 저지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클린턴 쪽이 조직력을 바탕으로 겹겹이 쌓아놓은 방화벽은 상당히 높고 탄탄하다. 다만, 위키리크스가 클린턴 쪽을 향해 추가 폭로를 예고하고, 연방수사국의 ‘이메일 재수사’ 등 막판 돌출 악재가 겹칠 경우, 판세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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