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힐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채플힐/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겠다는 미 연방수사국(FBI)을 에둘러 비판하고 나섰다. 현직 대통령이 연방수사국의 수사 내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연방수사국의 재수사 발표가 나온 뒤 클린턴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사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며 판세가 요동치자, 초기 ‘어떠한 의견도 내놓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에서 급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공개된 <나우디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수사국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대해 “수사에는 어떤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사는 어떠한 암시나 부정확한 정보, 누설 등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혐의가 있다는) 구체적인 결정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 국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재수사가 구체적인 혐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독립적인 (수사) 과정에 대해 간섭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연방수사국이나 법무부, 의회 조사 등을 보면 클린턴의 이메일 문제는 기소할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며 과거 수사 결과를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이 미칠 파장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에릭 슐츠 부대변인은 “대통령이 연방수사국의 방침을 비판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은 특정 수사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코미 국장에 대한 입장 역시 변한 것은 없다”며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코미 국장이) 특정 후보나 정당에 도움을 주기 위해 비밀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참석한데 이어, 이튿날인 3일엔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플로리다 선거 유세에 참석해 클린턴 후보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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