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현지시각)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막판 혼전에 빠진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마지막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누가 승리하든 스캔들과 정치폭력, 부패 폭로전과 선거조작에 대한 두려움으로 점철된 대통령 선거를 치른 미국의 이미지는 자국민뿐 아니라 세계인의 눈에도 훼손됐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 대선을 사흘 앞둔 5일(현지시각)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되든 이번 대선으로 미국의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외교정책을 둘러싸고 국제사회로부터 비판과 공격을 받아온 건 새삼스런 일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미국의 정치 시스템 자체가 조롱거리가 된 일은 없었다고 짚었다. 불과 8년 전 흑인 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미국의 가장 뿌리깊은 문제로 꼽히는 흑인 차별의 역사를 극복했다는 찬사를 받았던 미국이 이번에는 미국 정치의 추악한 속살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이상으로 정의됐던 미국이 반민주 세력들에 의해 훼손된 제3세계 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드러냈다고 우려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국가 브랜드가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추락했는지 계량화할 수는 없지만 훼손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썼다. 변화는 외교가에서도 나타난다고 신문은 짚었다. 다른 나라들의 분쟁을 조정하기에 바빴던 미국 외교관들이 현재는 ‘미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에 맞서 미국 민주주의를 대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이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는 “(이번 대선은)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세계인의 눈으로 볼 때) 우리는 다른 나라 선거를 모니터해왔던 사람들이지, (현재와 같은 상황이) 미국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반미주의가 수그러들지 않은 레바논에서도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다고 신문은 전했다. 레바논의 대표적 일간지 <안나하르>의 히샴 멜헴 미국 특파원은 “중동에서 반미주의가 가장 심했던 시절에도 늘 미국을 우러러보는 미국 유학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진보와 계몽의 상징으로 보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소셜미디어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프리카와 캐나다, 유럽에서도 미국 대선과 미국을 둘러싼 신뢰도 하락과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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