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조기투표 수가 지난 2012년 대선에 비해 2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합주를 중심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라틴계 유권자의 조기투표가 2012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반면, 흑인 유권자의 조기투표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조기투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3일 미국 미네소타주를 시작으로 미 전역 37개 주와 워싱턴에서 시행된 조기투표 집계 결과, 조기투표에 참여한 전체 유권자는 약 4029만명으로 지난 2012년 3231만명에 비해 약 24.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현지시각) <시엔엔>(CNN) 방송 등이 전했다. 전통적으로 조기투표율을 포함해 총 투표율이 높을수록 민주당 후보에 유리한 것으로 본다.
이번 조기투표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경합주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의 조기투표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플로리다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의 라틴계 조기투표 수는 각각 2008년, 2012년 대선에 견줘 절반 가까이 늘었다.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네바다에서도 라틴계 조기투표율은 약 7.6%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지역들은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2~4%포인트 내외인 초경합 지역이어서, 라틴계의 높은 조기투표율은 클린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플로리다대학 마이클 맥도널드 교수(정치학)는 “멕시코 장벽 건설, 이민자 규제 등 라틴계를 향한 트럼프의 자극적인 발언들로 인해 라틴계 유권자들의 투표 의욕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펨브로크파인스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펨브로크파인스/AP 연합뉴스
그러나 클린턴의 또다른 주요 지지층 가운데 하나인 흑인 유권자의 조기투표는 2012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에서는 2012년에 비해 흑인 유권자의 조기투표율이 7%포인트 가량 낮아졌고,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각각 5.2%, 5.1%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경합 지역을 돌며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오하이오, 아이오와 등 경합주에서 2012년에 비해 민주당원 유권자들의 조기투표율이 떨어진 것은 트럼프 쪽에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4일 미국 오하이오주 윌밍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AP 연합뉴스
<시엔비시>(CNBC) 방송은 “여론조사 결과가 접전일수록, 조기투표로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렵다”며 “대선 당일 투표 결과는 조기투표와는 다른 경향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투표율에 더해 대선 당일 총 투표율 역시 높게 나와야만 클린턴이 확실히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대선 직전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는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5일 <에이비시>(ABC) 방송과 <워싱턴 포스트>가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클린턴은 47%의 지지율을 기록해 43%를 얻은 트럼프에 4%포인트 앞섰다. 전날 3%포인트에서 격차를 조금 더 벌리긴 했지만, 여전히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특히, 미 정치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의 분석에서 클린턴 확보 예측 대의원수는 216명으로, 트럼프(164명)에 크게 앞서지만, 불과 1주일 전 과반(270명)에 가까운 263명을 확보했던 것에 비하면 하락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막판 공화당 지지층의 재결집으로 인해 무서운 추격전을 벌이던 트럼프의 상승세도 더이상 이어지지 않고 멈춘 듯한 모양새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마지막 선거 유세일인 7일, 두 후보는 일제히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는다. 클린턴 부부는 오바마 부부와 함께 필라델피아를 찾아 유세를 벌이고, 트럼프는 과거 탄광산업이 발달했다가 쇠퇴하면서 백인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지지세가 강해진 북동부 도시 스크랜턴을 찾아 마지막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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